가상화폐가 사회적 논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규제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며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주목된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최영훈 기자] 가상화폐가 사회적 논란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성숙한 기술, 높은 가격변동성, 취약한 보안문제, 불법적 용도의 블랙머니 기능, 높은 투기적 성향, 자금세탁,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등의 문제로 인한 소비자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최근 가상화폐를 투기로 규정하고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라는 극단적인 규제까지 내놓았으나 곧바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대신 지난해 12월 특별대책 TF를 꾸리고 가상화폐 관련 규제안을 발표했다. ▲고객자산 분리 ▲계좌실명제 통한 회원 실명제 ▲자금세탁 방지 ▲거래소 인가제 ▲미성년자·외국인 거래금지 ▲금융회사의 가상화폐 시장 진입금지 ▲ICO 금지 등으로 골자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통해 투기수요를 잡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의 정도나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시사위크>는 2일 전문가인 김기흥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유능한 국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게 물어봤다.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정도와 접근 방식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견해 차이를 보였다. 사진 왼쪽부터 김기흥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유능한 국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제공=김기흥 교수, 유능한 연구위원)

1) 가상통화 등장 이후 규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유는?

김기흥 교수 

“현재 가상화폐가 지급결제수단으로서 화폐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높은 가격변동성에 의해 교환의 매개수단이나 가치저장 수단의 역할을 하지 못해 화폐로 인정하기 어렵다. 또 상품으로서도 내재가치가 존재하지 않아 가상화폐의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블록체인 기술은 차세대 핵심 기술로 주목하면서도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가상화폐의 불확실한 정의와 이에 수반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의해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능한 연구위원

“시장은 완벽하지 않다. 최근의 가상화폐 논란은 '시장 정보의 불완전성'이 배태한 '시장실패'의 대표적 단면이다.

시장 실패를 바로잡겠다는 정부 규제가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무지에서 나온 늑장대처'와 '불공정성' 때문이다. 가상화폐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투기꾼들이 수 백 배의 이익을 챙겨갈 때도 나 몰라라 하다가 일반 투자자가 막대한 손실을 입고서야 투자 대책이 아닌 '투기 대책'을 발표한 결과다.”

2) 규제의 최소화를 주장하는 주된 이유로 ‘기술발전 저해’를 꼽고 있다. 기술발전을 위해 해소해야 하는 규제,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와 이에 대한 핵심 정책 아젠다가 있다면?

김기흥 교수

“암호화 화폐(ICO, 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한 창업자금 확보의 기회로 기술 개발의 길을 열어 줘야 한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구분하지 말고 가상화폐의 R&D(연구개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으로서의 가상화폐는 금융위원회가 담당해 가상화폐의 열풍을 흡수해야 한다. 즉,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규제를 균형있게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래소 폐쇄보다 전자통신법에 의해 설립하는 영세한 거래소에 대한 진입 규제와 업무 규제가 효율적이다.

거래장부의 정당성에 대한 합의과정이 블록체인에 참여하고 있는 참가자들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살펴보면 블록체인 시스템은 공인된 관리자가 거래과정의 투명성과 거래장부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존의 중앙집중형 시스템과 달리 중앙의 공인된 관리자가 없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는 불가분의 관계를 보이고 있으며 가상화폐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금융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가상화폐에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가상화폐 시장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제도적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

유능한 연구위원

“금융규제를 푸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P2P 거래, 디지털 은행, 핀테크 산업 등 신 금융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2015년 12월 기준으로 페이팔(PayPal)의 하루 거래량은 3억 9700만 달러, 비트코인은 2억 8900만 달러에 달한다. 모든 사람이 실시간으로 가치를 교환하고, 그 가치를 보관할 수 있는 가상화폐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정부대책이 투기 광풍의 끝물을 잡으려다 블록체인 혁명에서 도태되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까 걱정이다. IT강국을 자부하면서도 은산분리에 묶여 금융혁신이 요원한 상황에서, 가상화폐 규제로 블록체인 개발과 사업화는 위축되고 신기술에 대한 국민적 오해와 우려만 키운다면 혁신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술발전을 위해 과도한 사전규제는 풀고, 가상화폐를 이용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선 행위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또한 청년들이 부를 이룰 수 있다는 꿈을 접게 해선 안 된다.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가 아니라 기반기술 관련 산업 창업과 취업으로 시야를 돌려줘야 한다. 창업규제를 완화하고 지원함으로써 비트코인, 페이팔 같은 세계적 금융혁신 기업을 만들어 낼 혁신적 창업정책의 개발도 미래 준비를 위한 핵심 아젠다이다.”

가상화폐 규제 정도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입장 차가 나타났다. <그래픽=시사위크>

3)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불가분 관계라는 분석도 있다. 비트코인이 대중으로 하여금 블록체인에 참여하게끔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일확천금을 부추기는 도박성이 높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사행성 방지를 위해 주식시장 규제와 유사하게 방침이 세워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김기흥 교수

“가상화폐 거래소의 제도적 표준화를 통해 관련된 문제점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먼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진입규제 및 업무규제 제도를 도입해 불건전 거래소는 차단하고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

진입규제는 거래소에 대한 인·허가와 소비자보호제도 확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업무규제는 매매거래시간, 가격제한폭, 기준가격, 매매거래중단, 전산장애 또는 호가 폭주시 조치, 착오매매의 정정 등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또 가상화폐 거래소 안정성 확보·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회원 실명제 도입과 거래소 계좌와 회원 입출급계좌를 동일은행 계좌간에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거래소 자체 보안 역시 전자거래법 제21조를 참고해 법 제도 안에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내용에서 안정성 확보 의무 제도 도입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해 해킹 및 정보유출과 같은 보안문제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외에도 가상화폐 거래소의 회원계좌와 거래소 계좌 분리, 실명거래방식 도입, 자금세탁방지시스템 구축 의무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와 회원의 자산이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능한 연구위원

“선진국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미국 뉴욕주는 정부, 금융계,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공동으로 참여·협의한 끝에 2015년 6월 '비트라이센스' 제도를 확정했다.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보고 소비자 보호와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규제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제도 정비를 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고객정보파악(KYC, Know Your Customer)과 자금세탁 방지(AML, Anti-Money Laundering)를 실행하는 기업에게만 거래허가증을 발급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한다면 우선 투기과열과 사행성 조작과 같은 부작용은 차단 가능하다.

나아가 가상화폐가 폭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과세 시스템을 정비한다면, 향후 시장의 자율적 조정과 가상화폐의 발전 속도의 균형감 회복을 통해 건전한 투자의 수단 및 미래형 가치교환 방식으로 자리 메김 할 것이다.

아울러 ▲시장의 건전성 회복과 ▲기반 기술 육성이라는 투 트랙 전략으로 정부 규제의 방향이 전환해야 한다. 실명 확인, 보안 감사, 거래소 등록제 등 건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한 규제는 바로 세우고 미래 금융 산업의 맹아인 블록체인 기반기술에 대한 지원을 늘려간다면 향후 가상화폐 시장은 투기장이 아닌 기술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가 고루 분배되는 기회의 장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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