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됐다. 대출차주와 금융당국, 제2금융권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법정최고금리가 8일을 기해 인하됐다. 작년 10월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이 개정되면서 예고됐던 조치다. 27.9%였던 대부업체·여신금융기관의 최고금리와 25%였던 개인대출 최고금리가 모두 24%로 낮아졌다.

◇ “금리인하 반가워” vs “대출심사 어려워질 것”

일반적으로 최고금리제도의 영향을 받는 계층은 은행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자들이다. 이들은 이번 법정최고금리 인하조치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게 됐다. 정부부처는 이번 제도변경을 통해 저신용자 293만명의 이자부담을 연 1조1,000억원 덜어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1인당 약 37만5,000원을 절감하는 셈이다.

취약차주 개개인에 대한 지원 뿐 아니라 거시적 금융안전성을 제고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한국 금융계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뽑힌다. 한국은행은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의 경우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비은행·신용대출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금리상승에 취약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된 금융업계가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대출절벽’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취약계층이 고금리로라도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막힐 수 있다는 뜻이다. 대출시장의 수요와 공급구조가 왜곡되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불법 사금융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중이다.

◇ 금융위원회, ‘안전망 대출’ 통해 대출절벽 해소 시도

최고금리 인하를 주도한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의 효용성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금융피해가 예상되는 일부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8일 출시한 ‘안전망 대출’이 대표적이다. 기존 고금리 대출(24% 이상)의 만기가 3개월 이하인 저신용·저소득자의 경우 신청을 통해 새 금리제도 하에서 대환할 수 있다. “상환능력이 있으나 최고금리 인하로 제도권 대출 이용이 어려워진 차주들의 자금 이용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최고금리 인하조치는 신규 대출(8일 이후)부터 적용되지만, 금융위는 24%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받던 기존 대출자들도 재계약이나 금리인하요구를 통해 대출금리를 조절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 제2금융권은 업종 따라 온도차… 소급적용여부 확인

법정최고금리가 수익성과 직결되는 제2금융권은 업종에 따라 다소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제도개편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대출금리가 새 법정최고금리를 넘는 경우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신용등급별 대출금리 공시에 등록된 6개 카드회사 중 24%보다 높은 금리를 두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뿐이다(1월 22일자 일반신용대출 기준). 그마저도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차주에게 24.56%의 대출금리를 규정한 것으로, 인하해야 하는 폭 자체도 크지 않다.

반면 제2금융권 중에서도 대출금리가 가장 높은 상호저축은행은 타격이 크다. 동 공시에 따르면 총 33개의 저축은행 중 17곳이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차주에게 24% 이상의 금리를 산정하고 있다. 심지어 6등급과 4등급 차주의 경우에도 각각 7곳과 4곳이 새 법정최고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1월 22일자 일반신용대출 기준). 저축은행 중앙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수익성 악화부담을 덜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추가적인 규제완화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제2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서민금융지원 강화정책과 발을 맞추는 모습도 관찰됐다. 롯데·삼성 등 7개 신용카드사는 7일 최고금리 24%제도를 기존 대출에 소급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신금융협회는 “고금리 대출 차주의 이자부담을 완화한다는 법 개정 취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하며 약 96만4,000명의 대출차주가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 중앙회 또한 연체기록이 없는 차주를 대상으로 최고금리 인하를 소급 적용하고, 고객이 대출상품을 바꿀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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