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남은 북한 내 정치적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노동신문/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여정을 띄우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사실상 특사 자격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고위급 대표단에 합류 시켰고, 귀환할 때에는 군악대와 의장들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북한 매체들도 김여정의 방남 성과에 대해 연이어 보도했다. 특히 공개된 사진 중에는 김여정이 김정은과 다정하게 팔짱을 낀 모습도 있었다. 북한 최고 지도자에게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알려진 김여정, 그는 김정은의 여동생이다.

◇ 여동생에서 메신저·2인자·복심으로 성장한 김여정

실제 김여정의 방남은 김정은의 파격 카드라는 분석이 많았다. 첫째, ‘백두혈통’ 김일성 일가에서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둘째, 김정은이 혈육을 메신저로 보낼 정도로 남측 정부에 최고의 격식을 갖추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변화가 예상됐다.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오빠 김정은의 친서와 방북 초청 메시지를 전달했다.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튼 셈이다. 김여정은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시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덕담을 건넸다.

김여정은 방남을 통해 성공적인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한 외신은 “동계올림픽에 외교 부문이 있다면 김여정이 금메달을 차지했을 것”이라고 평가할 만큼 그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기존의 폐쇄적·공포적으로 표현됐던 북한의 이미지 전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김여정이 특사 외 대외 이미지 개선 역할까지 톡톡히 한 것. 때문에 일각에선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의 정치적 경험을 넓혀주기 위해 방남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방남 결과에 대해 김정은은 만족을 표시했다.

김여정은 김정은 시대에서 사실상 2인자로 꼽힌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력자 역할을 했던 고모 김경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뉴시스>

주목할 점은 김여정의 향후 행보다. 김정은 시대에서 사실상 2인자로 꼽히는 그는 고모 김경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곁에서 조력자 역할을 했던 사람이 바로 김경희다. 이른바 ‘남매 정치’가 대물림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권력은 김여정이 김경희보다 훨씬 더 접근해있다. 지난해 10월 만 30세 나이로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른 것. 노동당 역사상 최연소다. 김경희도 나이 60대를 넘겨서야 올랐던 자리다. 그만큼 김여정에 대한 김정은의 신뢰가 두텁다는 얘기다.

때문일까. 김정은의 유고시 김여정이 모든 권력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적인 장면은 김여정이 방남 일정을 끝내고 귀환할 때다. 북한 매체들은 김여정의 귀환 당시 당·정·군 고위인사들이 대거 마중을 나온 것으로 보도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리수용 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박영식 인민무력상, 최부일 인민보안상 등이다. 김여정은 2014년 처음 북한 주민들 앞에 공개된 이후 김정은의 그림자처럼 수행해왔다. 하지만 방남을 계기로 정치적 위상을 확인했다.

특히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가 나란히 촬영한 사진이 공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김여정은 김정은에게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고위 인사들과의 접촉 내용, 활동 기간에 파악한 남측의 의중과 미국 측의 동향 등을 직접 보고했다. 김정은의 복심으로 부상한 김여정은 향후 남북 교류 분위기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김정은의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란 게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는 방남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남측 정부 관계자들과 회동할 때마다 거듭 “평양에서 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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