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9 14:39
트럼프의 잇단 '무역규제 무리수’ 왜
트럼프의 잇단 '무역규제 무리수’ 왜
  • 현우진 기자
  • 승인 2018.02.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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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무역장벽을 쌓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타깃인 중국의 철 생산 공장.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이 통상압박을 본격화하자 세계 주요국도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과 유럽연합은 이미 정면대응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한국 또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국제법 절차 하에서 강력 대응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예상치 못한 반응은 아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정책이 외국의 반발을 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조차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 “역풍 조심해야” 입 모은 경제계·산업계

전통적으로 미국의 주류경제학파는 정부의 시장개입에 마땅찮은 시선을 보내왔다. 학계에 다수 포진한 자유시장체제의 열렬한 옹호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장벽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뉴욕 타임즈는 지난 16일(현지시각) ‘경제학자들이 국제무역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글쓴이는 다름 아닌 경제학 교재의 바이블 ‘맨큐의 경제학’을 집필한 그레고리 맨큐 교수다. 맨큐 교수는 기고문에서 “무역 분쟁이 일시적으로 소득과 일자리를 가져다준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자유무역이 생활수준 전반을 제고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근시안적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상정책에 가장 큰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수입품의 가격 상승과 시장규모의 축소에 대한 우려를 씻지 못했다. 이는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내렸을 때 미국 태양에너지산업협회가 즉각 반대하고 나선 것과 같은 이치다. 당시 애비게일 로스 호퍼 협회장은 “관세 부과 조치로 올해에만 2만3,000개의 태양광산업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고 발언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14일(현지시각) 공화당 의원들이 대통령을 찾아가 철강·알루미늄 관세 문제에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공화당 의원들이 수입품의 가격이 높아지면 미국 내 관련제품의 물가도 상승하며, 이는 생산성을 악화시켜 오히려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 중간선거 앞두고 표심잡기 나섰나

학계와 산업계, 정계 일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행정부의 신념은 확고하다. 올해 들어 무역장벽을 쌓는 작업이 더욱 본격화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열리는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형세는 좋지 않다. 행정부와 공화당 내부에서 숱한 잡음이 들려오고 있으며,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조사도 아직 진행 중이다. 작년 11월에 열린 주지사 선거에서는 확실한 지지지역이라고 여겼던 버지니아까지 민주당에게 내줬다. 최근에는 ‘모르쇠’를 고집하던 총기규제에 대해서도 한 발 물러서야 했다.

언제나 반대파를 포용하는 대신 지지층을 결집하는 방식을 택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같은 방법으로 위기를 탈출하려 시도하고 있다. 감세와 이민법 등 민감한 현안들에서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더 강경한 통상정책을 밀어붙이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출범 400여일이 다돼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성과는 작년 말 감세안을 입법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파이브 써티 에잇’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20일(현지시각) 기준 41%로 추산하고 있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는 면치 못했지만, 두 달 전(17년 12월 16일 36.4%)보다는 5%p 이상 높아진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마지막으로 40%를 넘었을 때를 찾으려면 작년 5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이에 비하면 최근 1개월여 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의 상승세는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고까지 부를 만하다.

감세안은 비록 국가의 재무건전성을 심각하게 해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당장은 민간과 기업계 모두에서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효과가 피부로 느껴질 뿐 아니라 경제 부흥을 제1가치로 내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규제 또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