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좌)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북측 대표단 자격으로 오는 25일 방남한다. <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한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고위급 대표단을 25일 파견하기로 했다. 대표단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이밖에 6명의 수행단을 포함해 8명으로 구성됐다. 김여정 제1 부부장의 개막식 참석에 이어 중량감 있는 인사를 폐막식에 보낸 셈이다.

22일 통일부는 “오늘 오전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 통지문을 통해 고위급 대표단을 2월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파견하겠다고 통보해 왔다”며 이 같이 밝혔다. 북측 대표단의 폐막식 참가는 개막식 이후부터 비공식 채널을 통해 남북이 논의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남은 지난번과 달리 경의선 육로를 이용할 예정이다.

◇ 천안함 폭침 주도한 김영철, 문재인 대통령과 접견 유력

북측 대표단 가운데 주시해야할 인물은 김영철 북측 대표다. 통일부는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으로 공식발표했지만, 우리에게는 정찰총국장으로 더 익숙하다. 천안함 폭침을 주도했던 인물로 여겨지며, 김영간 전 통일전선부장에 이어 현재 북한 통일전선부 부장을 맡고 있다.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 독자 제재대상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북한 권부 내 핵심인물임은 분명하다.

논란이 예상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청와대와 통일부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울러 미국 측에 한시적 해제를 요청해둔 상태다. 제재대상이었던 최휘 북한 국가체육위원장의 방남을 일시 허용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통일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을 진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까지 공개된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일정은 25일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이다. 27일 복귀예정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접견은 26일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26일)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며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화해를 위한 논의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이방카와 접촉 여부 불투명… 청와대도 ‘부정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장서 김영남 위원장, 김여정 제1 부부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과의 접견 이외에 우리 측 고위급 인사와의 접촉도 예상된다. 이 자리를 통해 남북 간 고위급 채널을 넓히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실무적 논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통일전선부가 우리 측 국정원에 해당하는 만큼, 서훈 국정원장이 카운터 파티를 맡는 방안이 현재 유력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고위급 채널은 지속적으로 늘리고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암시했다.

최대 관심사는 북미접촉이 성사되느냐 여부다. 미국은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이 포함된 대표단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다. 23일 한국에 도착해 25일 폐막식 참석 후 26일 귀국하는 일정이다. 적어도 25일 하루는 양측 대표단 일정과 동선이 겹치는 셈이다. 폐막식 VIP 좌석에서 마주칠 수도 있다. 특정 의제를 놓고 협의하는 식의 회동은 어렵지만, 고위 인사간 채널을 열어두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당시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 북측 대표단의 청와대 회동이 추진됐던 내용이 밝혀져 관측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국정원과 CIA라인이 가동돼 북미접촉이 추진됐고 성사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북측이 예정된 만남 시각 약 두 시간 전 이를 취소하면서 무산됐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고 있지 않지만, 상당부분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시간이 촉박하고 회동이 무산된 게 불과 얼마 전이라는 점에서 성사될 가능성은 현재 크지 않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만날 기회가 없다”면서 “지난번 (북미회동을) 시도했고 또 주도하는 과정에서 두 나라가 처한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갔기 때문에 당장 (만남이) 이뤄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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