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 운동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의 가해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오히려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조항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 운동인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의 가해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오히려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조항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형법 307조는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가 ‘진실’을 말하더라도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허위 사실을 적시할 경우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겁게 처벌된다.

때문에 해당 조항이 미투 운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치권에서는 개정 내지 폐지 논의가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TF 위원장인 남인순 의원은 27일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인정하지 않고 개념 자체가 드물다. 그래서 결국 민사 소송으로 해결한다”며 “우리도 좀 제도를 이번에 바꿔야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검찰 내 성폭력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도 인터뷰에서 명예훼손 피소를 각오하고 있다고 얘기했는데, 사실을 얘기해도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을 적시한 경우 명예훼손죄 같은 경우는 개정해야 되지 않느냐는 부분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금태섭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남 의원은 피해자가 무고죄로 ‘역고소’ 당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폭로 사실이 폄훼되고 오히려 피해자가 여론의 비난 대상이 되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어떤 유명 연예인에 대한 성폭행 사실이 불거졌을 때 수사기관이 성폭력 사실은 불기소하고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만 조사를 하는데 무고죄는 다 무죄를 받아도 오히려 역으로 피해자가 피해를 받는다”며 “이게 (피해자가) 역고소를 당하게 되면 피해자였다가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고 아무런 지원도 못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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