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에게 검찰이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로부터 30년형을 구형받았다. 앞서 ‘비선실세’ 최순실이 1심에서 20년을 선고받은 것 보다 무거운 형량이다. 다만 검찰은 최씨에게도 25년형을 구형했던 만큼 실제 박 전 대통령의 선고 형량도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이자 국가 위기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이라며 중형을 구형했다.

◇ 검찰이 밝힌 박 전 대통령 주요 혐의 다섯 가지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에게 검찰이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앞서 민간인인 최씨에게 25년형을 구형(1심 선고 20년형)했던 만큼 대통령에게는 더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결심 공판에서 이 같이 구형한 검찰은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대한민국 위정자들에게 전달할 필요성을 반영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와 엄벌의 필요성에 대해 나눠 설명했다. 혐의를 설명하기 앞서 검찰은 “삼성·롯데·SK그룹의 총수가 연루된 774억원의 재단 지원금 모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주도 혐의 등으로 피고인(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면서 “총 14만 페이지에 달하는 증거기록과 130여명의 증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밝힌 박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는 다섯 가지다. 우선 비공개 단독면담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총 592억원의 뇌물을 수수하거나 요구한 혐의다.

검찰은 이에 대해 김종, 장시호, 최태원, 정유라 등의 진술과 안종범 업무수첩, 각 그룹에서 작성한 면담 관련 말씀자료, 최술실과 관련된 각종 법인 및 재단의 계좌거래내역 등을 통해 이미 실체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18개 대기업을 포함한 53개 전경련 회원사들로부터 774억원을 강제 모금하여 재단을 설립한 범행이다. 세 번째로는 박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기업을 상대로 최순실 관련 법인과의 용역계약 체결, 후원금 등을 강요하고, 인사에까지 개입한 행위다.

다음으로 정호성 비서관을 통해 최순실에게 공무상 기밀이 담긴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행위다. 검찰은 이에 대해 “디지털 포렌직(Forensic) 절차를 통해 과학적으로 최순실이 사용한 것으로 검증된 태블릿PC 내 저장된 청와대 문건에 의해 충분히 입증됐다”고 밝히면서 태블릿PC 조작 논란을 일축했다.

마지막으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및 자신의 지시에 불복하는 공무원에 사직을 강요한 혐의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자신과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종사자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고, 공무원들의 사직을 강요했다고 봤다.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 무죄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재판 내내 불성실 태도, 검찰 구형에서도 지적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도 반성은커녕 사법부과 검찰을 비난하며 실체적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이유로 “정치권력자인 피고인이 매년 밀실에서 은밀하게 경제권력자들을 만나 자신과 최순실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경영현안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는 것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우리 사회가 불법과 반칙이 통하는 사회, 특권층만이 성공하는 사회라는 인상을 심어 주는 것”이라며 “아울러 국가 발전을 위한 토대인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라는 가치를 무너뜨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하고 오히려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찰은 “국정농단 문제가 대두되자 대국민담화를 통해 진상 규명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검찰과 특검의 조사를 미루고 청와대 압수수색에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면서 “심지어 자신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헌법재판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래 20개월이 경과한 현재까지 반성하는 모습을 단 한 차례도 보인 적이 없었다”면서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검찰과 사법부를 비난하고 사전의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중형이 불가피 하다고 설명했다. 이날도 박 전 대통령은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이 검찰로부터 30년형을 구형받자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나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30년형’은 선고 형량이 아닌 만큼 실제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일각에서는 최순실 씨의 재판부와 박 전 대통령의 재판부가 같은 점을 감안하면 재판부가 검찰의 구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1심에서 박 전 대통령의 강요 혐의가 인정되면서 실제로도 검찰 구형에 준하는 결과가 선고될 것이란 의견도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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