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의 계열사로서 워터파크, 컨트리클럽, 콘도 등 레저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블루원이 악화된 재무상태 탓에 좀비 기업으로 낙일 찍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블루원 워터파크' 전경. <블루원>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중견건설사 태영건설에서 물적분할 돼 설립된 종합 리조트 기업인 블루원. 올해로 출범 5년차를 맞고 있는 이 기업의 재무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 어느 것 하나 시장 기준치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 특히 채무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이 3년 가까이 1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좀비 기업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영미 마케팅’으로 주목… '블루원'은 어떤 회사

평창 동계올림픽의 열기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태극전사들이 16일간 써내려간 각본 없는 드라마가 준 재미와 감동에 국민들은 여전히 젖어 있는 듯한 분위기다. 특히 패럴림픽만을 남겨두고 있는 지금에도 평창 올림픽을 활용한 기업들의 마케팅이 이어지면서 아직 2018년 한겨울의 축제가 끝나지 않았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폐막 후 가장 두드러진 평창 마케팅 수단은 이번 올림픽이 낳은 최대 유행어 ‘영미’다.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인 김영미 선수와 동명이인인 고객들에게 각종 혜택을 주는 ‘영미 마케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선수와 동명이인에게 테마파크의 모든 시설을 반값에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가 하면, 한 항공사에는 선착순으로 무료 항공권을 제공하고 나섰다.

종합 리조트기업 블루원도 영미 마케팅에 가세했다. 영남권 최대 워크파크인 ‘블루원 워터파크’를 운영하는 블루원은 영미는 물론, 같은 팀 선수 누구와도 이름이 같으면 입장료를 50% 깎아 주는 통 큰 이벤트를 실시 중이다. 이벤트가 화제를 모으면서 덩달아 블루원이라는 기업에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견건설사 태영건설의 레저산업부문 소속이던 블루원은 2014년 말부터 독자 경영의 길에 들어섰다. 그해 9월 태영건설이 골프장과 콘도, 워터파크 운영과 관련된 사업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신생법인 ‘블루원리조트’가 효시다. 그로부터 3개월 뒤 사명 변경이 이뤄지면서 지금의 ‘블루원’으로 남게 됐다. 법인 연혁으로 치면 올해로 5년차에 접어드는 셈이다. 분할 방식이 모기업이 기존 지분을 가져가는 물적 분할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여전히 태영건설(87.7%)의 종속 회사로 남고 있다.

블루원은 기업 가치 극대화와 레저 산업 전문화라는 분할 목적을 어느 정도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감사보고서가 나온 2014년 4분기에 기록한 적자는 해마다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한 2015년 30억원의 영업적자는 43억원의 흑자로 돌아섰고, 이듬해 당기순이익 부문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순히 실적 부분만을 놓고 봤을 때 나오는 평가다.

◇ 이자 갚기도 급급… ‘좀비 기업’ 낙인 우려

실제 우량과 부실기업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는 재무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 어느 것 하나 안정권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부채 의존도를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3년 연속 400%를 넘고 있다. 보통 한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위험수준으로 본다는 사실에 견주어 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단기채무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도 위태로운 지경에 놓였다. 유동비율은 부채비율과는 반대로 200%를 넘어야 우량하다고 평가받는데, 블루원은 3년째 두 자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2014년 15%이던 유동비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축소되고 있다. 2015년 5%에 불과하던 블루원의 유동비율은 1년 만에 다시 3%로 내려앉으면서 유동성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채무상환 능력을 말해주는 이자보상배율도 1을 넘지 못한다. 영업적자를 기록한 2014년 4분기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2015년과 2016년 두 해 이자보상배율은 각각 0.34와 0.57로 저조하다. 이는 블루원이 한 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회계에서는 보통 3년간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지 못하면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좀비 기업으로 분류한다.

이와 관련 본지는 블루원 측에 재무건전성 회복 방안 등에 대해 물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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