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급락한 홍콩의 항셍주가지수. 미국발 철강수입규제가 원인이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관세폭탄’이 현실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모든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부과기간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 없이 ‘오랜 기간 동안’이라고만 밝혔으며, 공식적인 절차는 다음주 중 진행될 예정이다.

◇ 최악 면했지만… 철강업계 타격 적지 않을 듯

당초 미국 상무부는 백악관에 세 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모든 수입산 철강에 24%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12개 국가에게 53%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 또는 국가별 철강 수입량을 작년의 63%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 등이다. 이 중 두 번째 선택지인 ‘선택적 특별관세 정책’ 대상국가에 한국이 포함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우려도 높아졌다. 관세부과대상 12개국에 포함되지 않은 캐나다·일본 등 여타 철강수출국과의 가격경쟁에서 뒤쳐질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번째 선택지를 골라들면서 일각에서는 최악은 면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찌됐던 25%의 관세라는 커다란 패널티를 안고 현지 철강업체와의 경쟁에 임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한국은 전체 철강수출액의 12%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파이프와 튜브 제품의 경우 약 66%가 집중돼있다(160만톤‧2017년 3분기 기준).

또한 아직까지 어떤 상품을 관세부과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어떤 절차를 거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잠재적 불안요소다. 다음 주 중 추가적인 예외조항들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국가들에게 보다 낮은 관세를 허용할 경우 한국보다는 북미나 일본, 또는 유럽 국가들을 선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 불안 가중된 주식시장

3월 1일(미국시각) 다우존스지수 및 미국 내 주요 철강/알루미늄업체 주가지수. <마켓워치/블룸버그 자료>

높아진 관세장벽에 실물경제만 요동친 것은 아니다. 미국과 나머지 국가들 간의 무역 전쟁이 가시화되면서 주요국 주식시장도 혼돈에 빠졌다.

관세부과조치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 바다 건너 철강·알루미늄 수출국들의 주식시장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지난 2월 28일 2,427.36으로 장을 마감했던 코스피는 개장과 함께 21.72p 하락했고, 오전 한때 2,387.2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와 유로스톡스50지수도 각각 중국과 유럽연합의 분노를 대변하듯 동반 하락했다.

수출국뿐 아니라 수입국의 투자자들도 관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일(현지시각) 420.22p(1.68%) 급락했다. 지난 2월 초 경험했던 두 번의 급락을 포함하면 한 달 새 세 차례의 대규모 주가하락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전날 이미 최저 수준(12)이었던 CNN의 ‘공포와 탐욕지수’는 이날 다시 8까지 떨어졌다. 0에서 100까지 숫자로 표현되는 이 지수는 숫자가 낮을수록 투자자들이 더 많은 불안을 느끼고 있음을 나타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있던 1일 정오를 기점으로 주가가 껑충 뛴 ‘수혜주’들도 있다. 다우존스지수가 고개를 숙이는 동안 AK스틸 홀딩스·US스틸과 센츄리 알루미늄 등 미국 내 철강·알루미늄 업체들의 주가는 모두 전날보다 5~10%가량 뛰었다. 자국 내 타 업종, 혹은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한국의 철강업체들이 개장과 동시에 주가하락을 면치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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