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선에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합이 가장 높은 득표율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4일(현지시각)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부진한 가운데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탈리아 뉴스채널 ‘라이뉴스24’에 따르면 단일정당으로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획득한 것은 반체제·반 기성세력의 기치를 내건 ‘오성운동’이었다. 29~32%의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예상돼 민주당(20.5~23.5%)을 큰 차이로 밀어냈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우파성향 정당들의 모임인 ‘우파연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당’과 극우정당 ‘동맹당(전 북부동맹)’이 각각 13~16%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 이탈리아형제당 등 소규모 정당들까지 합하면 우파연합의 총 득표율은 40%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우파연합의 득세가 예상되면서 파시즘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우파연합 소속 정당들은 모두 반 외국인·반 이민 등 폐쇄적 가치를 내걸고 있으며, 동맹당의 경우 ‘이탈리아인 먼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극우노선을 밟아나가는 중이다. 우르비노 대학의 파비오 보르디논 교수는 CNN을 통해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유럽 대륙의 민주주의와 동맹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불충분한 정부’가 이탈리아를 이끄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다만 우파연합이 제1당이 되더라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자신의 네 번째 총리 임기에 도전할 수는 없다. 각종 비리와 부적절한 언행으로 숱한 추문을 낳았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조세탈취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아 내년까지 공직 출마가 금지됐다.

최종 투표결과는 오후 8시경(한국시각) 발표될 예정이다. 출구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어느 정당도 과반의 지지를 획득하지 못한다면 결선투표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선거제도상 우파연합과 오성운동이 2차 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두 정당 모두 유럽연합체제에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결선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유럽연합의 존속은 다시 한 번 위기에 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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