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성폭행 논란으로 사퇴한 가운데, 공백지가 된 충남지사 선거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출마할 지 관심이 쏠린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성폭행 논란으로 끝내 사퇴했다. 충청을 강타한 이번 파문에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양승조 의원, 복기왕 전 의원 등 포스트 안희정을 자처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예비후보들은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의 승리가 점쳐졌던 충남지사 선거에 대형 이변이 생긴 셈이다.

이를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입장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안 전 대표는 이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동안 당 안팎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종용받았다. 지선의 꽃이라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전 대표를 대신할 당내 유력 인사가 없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안희정 사태'로 안 전 대표에게는 충남지사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충청은 안 전 대표에게도 나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안 전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앞둔 한 달 전에도 대전을 찾아 "제가 학교 졸업 후 첫 직장이 천안에 있는 단국대 의대였다. 그리고 잠시 안랩이라는 회사 창업해서 또다시 돌아온 곳이 대전의 카이스트였다"라며 "그래서 저한테는 정말로 많은 인연이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전은 국민의당과 많은 인연이 있다. 국민의당 창당대회를 한 곳이며 국민의당이 탄생한 곳"이라며 "작년에 대선후보를 선출한 곳이고, 가장 마지막에 대선 기간 마지막 유세를 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때 비등했던 지지율을 보였던 안 전 대표가 2등도 아닌 3등으로 내려앉은 이유 중 하나로 자신만의 지역기반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호남 의석을 석권했지만, 정작 대선에서 호남 민심은 문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안 전 대표의 득표율은 21.41%에 그쳤다. 안 전 대표의 고향인 부산에서도 16.82% 득표로 문 대통령(38.71%),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31.98%)보다 크게 뒤졌으며, 지역구가 있는 서울에서는 그나마 22.72%로 홍 대표(20.78%)를 앞섰지만, 문 대통령(42.34%)과 비교해 약 20%p 낮은 수치다.

한때 1%대 지지율을 보였던 홍 대표가 결국에는 보수성향의 영남에 힘입어 24.03% 득표율을 얻어 2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그만큼 지역기반이 갖는 중요성을 상징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월 6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연구자, 창업자와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 전 대표가 충청에서 기반을 쌓으면, 기존 영호남 중심이던 정치지형에도 변화의 바람이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을 창당해 기존의 거대양당제도를 무너뜨리고 다당제의 기반을 쌓았다면, 이번에 충청이라는 거점을 구축함으로써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거다.

흔히 '정치권의 중원'이라는 충청권의 표심은 예로부터 굵직한 선거의 향배를 가름하는 척도라고도 불린다. 호남과 영남처럼 특정 성향이 강하지 않고 중도표, 부동층을 상징하기도 해 중원을 잡는 자가 판의 승자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는 바른미래당이 내세운 중도의 개념과 '낡은 지역주의를 극복해 동서가 화합하고 통합된 나라를 만들겠다'는 통합공동선언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카이스트, 튼튼한 안보의 국방과학연구소, 지방분권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행정수도 세종시 등 안 전 대표가 강조해온 정책 수행을 위한 기반시설들도 충청에 다수 존재한다.

그렇다면 안 전 대표가 혹시라도 충남지사에 도전한다면 승산은 있을까. 지난 대선에서 안 전 대표가 안희정 전 지사의 지지층을 대거 흡수했던 전력을 보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아 보인다.

10%대를 이어가던 안 전 대표의 지지도는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급등, 문 대통령의 턱밑까지 추격하기도 했다. 당시 이같은 지지율 상승의 원인으로 경선 컨벤션효과와 함께 안 전 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자신의 안방인 충청에서까지 패배하면서 빠진 지지율을 흡수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안 전 지사는 대표적인 '친노(친노무현)' 인사지만, '최순실 게이트' 사건 때도 자유한국당과의 대연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중도와 보수층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둘의 지지층이 겹친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현재 충남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인사들은 지금은 출당·제명된 자당 소속 안 전 지사의 이번 성폭행 논란으로 선거활동을 중단한 상황이다. 이들의 행보가 묶여있는 지금, 안철수 전 대표가 새로운 선택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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