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월요금 2만원대에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사실상 무산될 위기다. 최근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합의가 불발되며 국회에서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이 낮아졌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보편요금제’가 세상에 나오지 못할 위기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통신사는 물론 알뜰폰, 국회에서까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합의는 힘든 상황이다. 소비자가 보편요금제를 사용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무산됐다는 의견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 보편요금제, 나올 수 있을까… 서둘러 요금제 개편하는 통신사

월요금 2만원에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게 힘든 것일까. 보편요금제는 3만원대에 제공되는 통신서비스를 2만원대로 1만원 낮추는 제도다. 해당 요금제에 제공되는 데이터는 1GB로, ‘저가 요금제’에 해당한다. 그러나 보편요금제 도입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최근 통신3사는 서둘러 요금제 개편에 나서고 있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기 위해서다. 이들은 고객 혜택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요금제를 개편하고 있으며 연내 요금제 외에도 다양한 변화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지난 5일 고객들이 부담을 갖는 ‘위약금’ 제도를 손본다고 밝혔다. 통신사의 24개월 약정을 이행하지 못하면 생기는 위약금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가 보편요금제를 강제하는 이유가 됐던 대리점의 ‘고가 요금제 유도’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통신사가 요금제에 따라 고객을 차별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고가요금제에 혜택을 몰아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SK텔레콤은 최근 일부 유통 현장에서 고가 요금제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판단, 실제 고객에 적합한 요금제를 추전하는 ‘최적 요금제 제안 시스템’도 도입한다. 고가 요금제 유도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데이터 제공량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8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하면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동일 요금제에서 KT와 SK텔레콤은 ‘20GB’로 데이터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도 가계통신비 인하를 이끌기 위한 상품 개편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KT 역시 요금제 개편을 검토 중으로, 혜택을 늘릴 전망이다.

◇ 정부·소비자 원하고… 국회·통신사·알뜰폰 ‘부정적’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가 통신3사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보편요금제 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 논의기구에서는 합의가 불발됐다. 제도가 도입되기 위한 다음 역할은 국회에서 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 역시 보편요금제 도입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지난 2일 공개된 ‘국정감사결과보고서’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을 우려했다. 과방위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에 대해 “통신3사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통신시장의 경쟁도 저해할 수 있다. 인위적 규제보다는 경쟁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국회에서도 보편요금제를 반대한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과방위는 보편요금제가 알뜰폰 업계에 피해를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도입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오는 6월 임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는 통과 가능성이 없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도 “결과가 뻔하다”며 “규제 리스크가 소멸돼 통신주는 호재만 남았다”고 판단했다.

김홍식 연구원은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보편요금제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한 것을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 김 연구원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찬성하지 않은 개정안을 통화시켜줄 가능성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과방위 소속 일부 여당 의원들도 제도의 위법성으로 반대하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단계별로 시행되고 있지만 소비자가 보편요금제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신사와 알뜰폰 등 통신 업계의 대부분이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까지 보편요금제에 대한 문제를 지적해서다. 일각에서는 보편요금제 도입이 무산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만큼 향후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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