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레시안 보도와 관련해 2011년 12월 23일 알리바이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일축했다. 정 전 의원은 앞서 1차 입장발표에서 피해자 A씨가 주장한 2011년 12월 23일 당시 일정을 공개하며 알리바이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직후 보도된 <프레시안>의 2차 보도에서 해당 날짜가 24일로 밝혀지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A씨와 단 둘이 만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 전 의원은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레시안>의 기사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자신들 스스로가 세 차례 걸쳐 보도를 하면서 사기극임을 자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성추행을 했다고 속이더니 이제는 얼굴을 들이밀었다고 해명했다. 얼굴을 들이밀면 성추행이냐”면서 “이는 제 정치생명을 끊으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정 전 의원 성추문 사건 발단 보도 내용은?

지난 7일 <프레시안>은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했다. 현직 기자 A씨가 기자지망생 시절인 7년 전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보도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A씨는 당시 재직 중이던 대학에 강의를 온 정 전 의원과 뒤풀이에서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그 후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그러나 이후 문자 내용이 부담스러워 졌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남자친구가 있느냐’ ‘뭐하냐’ ‘바쁘냐’ 등 지속적인 문자에 A씨는 연락을 끊었다는 것. 그러자 정 전 의원은 A씨의 친구 B씨에게 ‘A는 뭐하고 지내냐’ ‘A가 가장 순하게 생겼다’ ‘A는 코 수술만 해주면 방송 일 잘 할 거 같은데’ 등의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매체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2011년 12월 22일 BBK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이 확정되자 A씨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감옥 들어가기 전에 한 번만 얼굴을 보고 가고 싶다’고 했던 정 전 의원에게 A씨는 안타까움도 있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에 A씨는 여의로 렉싱턴 호텔(현 켄싱턴 호텔) 1층 카페에서 정 전 의원과 약속을 잡았다.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한 A씨는 호텔 카페 직원의 안내에 따라 룸에서 한 시 간쯤 정 전 의원을 기다렸다.

A씨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 전 의원이)헐레벌떡 들어와서는 ‘보고 싶었다’, ‘남자친구는 있냐’, ‘너에게 코도 (성형수술) 해주고 다른 것들도 해주려고 했는데 감옥에 가게 돼서 미안하다’ 등의 말을 했다”면서 “느낌이 이상해서 ‘약속이 있어 가봐야겠다’고 하고 황급히 일어나자 정 전 의원이 포옹을 하자며 안더니 갑자기 키스를 하려고 얼굴을 들이밀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트럴파크에서 정봉주 선거캠프 관계자가 기자회견 취소를 알리고 단상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해당 기사가 보도된 날은 정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날이었다.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 4분 전에 행사를 취소하고 조만간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보도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특히 보도 내용의 신빙성을 두고 논란이 되기 시작했고 정 전 의원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정 전 의원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실제로 정 전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에서 “네티즌 분들이 많은 자료를 모아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 정봉주 “A씨 만나 사실 없어... 프레시안에 정정보도 요청”

정 전 의원은 이틀 뒤인 9일 보도자료 형식의 입장 발표를 했다. 그는 A씨가 피해를 주장했던 당일(12월 23일) 자신의 스케줄을 공개하며 그날 호텔에 간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는 부수적인 문제라면서도 문제될 행동은 하지 않았다”면서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도 덧붙였다.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의 입장발표가 있고 나서 바로 2차 보도를 냈다. 해당 기사 역시 23일과 관련한 해명이 담겨있었다. A씨가 성추행을 당한 후 2주 뒤에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보낸 이메일을 공개한 것. 당시 이메일에 따르면 A씨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날은 24일이었다. 다만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설명한 부분은 1차보도 내용과 큰 틀에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A씨와 <프레시안> 기사에 대한 대중의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기본적인 날짜부터 틀린 기사에 신뢰도는 크게 추락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A씨를 성추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 금요일이건 토요일이건 호텔이건 카페건 레스토랑이건 만난 사실이 없다”면서 “해당 보도가 서울시장 출마 선언 1시간 30분전에 보도된 점 등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정보도가 없을 경우 프레시안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 기자 개인과 피해를 주장하는 A씨에 대해서는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의혹을 받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에도 ‘A씨와 단둘이 만난 적이 한 차례도 없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아무 일이 없었으면 왜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취소했냐’는 질문에는 “자료를 모으는데 네티즌 분들이 도움을 줬고, 당시 대법원 선고를 받고 코피가 터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큰 이벤트 이외는 잘 기억이 안 난다”면서 “그런데 시간도 주지 않고 기자가 닦달하듯이 물어보고 기사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또한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범죄다. 프레시안이 대국민 사기극을 벌여서 얻을 이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 전 의원은 “모르겠다. 프레시안에 물어보라”고 답하고 자리를 떠났다. 다만 정 전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계획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한편 현재 주요 포털에서는 <프레시안>과 해당 기사를 보도한 기자의 이름이 상위권에 오르내리고 있다.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의 기자회견 후 정 전 의원 측의 보도자료 전문을 보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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