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정해구 헌법자문특위 위원장이 개헌자문안 보고를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13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헌법자문특위)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헌자문안을 보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마련 지시에 따라 지난달 13일 출범한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문안을 바탕으로 최종 대통령안을 도출, 오는 21일 국회에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헌법자문특위에 따르면, 자문안은 ▲국민주권 실질화 ▲기본권 확대 ▲자치분권 강화 ▲견제와 균형 내실화 ▲민생 안정 등 5가지 기본원칙 하에 마련됐다. 이를 위해 지난달 전문가들로 구성된 3개 분과와 함께 국민참여본부를 만들고 숙의형토론·여론조사·헌법유관단체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 4년연임·국민소환·대통령권한축소 등에는 이견 없어

정해구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달 동안 총강·기본권, 정부형태, 지방분권·국민주권 세 개 분과로 나눠 논의를 하고 취합해서 마지막 헌법요강을 만들고 조문안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김종철 부위원장은 “국회에서의 1년 여 논의와 각종 시민단체들의 개헌활동을 수렴하고 촛불정신을 계승하는 개헌이 돼야 한다는 게 첫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자문안의 특징은 전문가와 여론수렴 결과를 종합해 이견이 없는 내용은 ‘단일안’으로, 이견이 있는 경우 ‘복수안’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자문안인 만큼, 주요 쟁점과 이에 대한 전문가 및 국민여론을 충실히 담아 문재인 대통령이 확인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김종철 부위원장은 “개벌쟁점들에 대해 단일하게 도출되지 않는 것은 복수안을 제안해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핵심쟁점인 정부형태에 대해서는 ‘대통령 4년 연임제’가 단일안으로 보고됐다. 대통령 임기와 별개로 국회의 총리임명권 보유를 근간으로 하는 이원집정부제도 논의됐으나, 여론수렴 결과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의견이 대체로 많았다.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크기 때문으로 특위는 해석했다. 다만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는 여론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제와 함께 복수로 제안됐다.

현행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도 대폭 포함됐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돼 있는 감사원을 독립시키고 대통령 사면권도 제한된다. 특히 헌법재판관 등에 대한 대통령 임면권을 축소하는 방향이 논의돼 보고됐다. 큰 틀에서 대통령 권한축소에 대한 공감대는 확인했고, 범위 등 세부적 차이가 있는 부분은 복수안으로 함께 포함됐다.

국회의 권한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예산안법률주의 도입 ▲조약 관련 국회 동의권 확대 ▲국회 인사추천권 확대 ▲ 정부 법률안제출권 폐지 등 그간 국회가 요구했던 내용들이 대체적으로 들어갔다. 이와 함께 국회의 권한이 강화되는 만큼, 국회의원 선거에 국민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비례성 원칙’을 강화하는 조문을 넣었다.

정해구 위원장(중)과 김종철 부위원장(좌), 하승수 부위원장(우)이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자문안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직접민주주의 요소인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도는 큰 이견이 없어 단일안으로 개헌안에 반영됐다. “여론조사와 숙의토론회에서 국민들은 직접민주주의에 대해 우호적이었다”는 게 특위의 판단이다. 이밖에 생명권, 안전권, 정보기본권, 알권리 등 국민들의 기본권을 확대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이 단일안으로 만들어졌다. 지방분권의 핵심인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에 대해서는 확대하는 방향으로 총의가 모아졌으나 그 범위를 놓고 이견이 있어 복수안으로 보고됐다.

◇ 문재인 대통령, 내용 ‘타협’ 시기 ‘확고’

대통령 개헌안의 최종 내용과 발의권 행사 여부는 오롯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달렸다. 청와대는 특위가 제출한 자문안을 바탕으로 개헌안을 마련,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붙이겠다는 계획이다. 내용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이 “합의한 것만이라도 개헌을 해야한다”고 언급한 만큼 일부 양보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실시는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문 대통령은 개헌자문안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지금 대통령 4년 중임제(연임제)가 채택이 된다면 지금 대통령과 지방정부의 임기가 거의 비슷해지기 때문에 차기 대선부터는 대통령과 지방정부의 임기를 함께 갈 수 있다”며 “지금 개헌을 해야 대통령과 지방정부가 함께 출범하고 총선이 중간평가 역할을 하는 선거 체제, 정치 체제가 마련될 수 있다”고 동시투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 발의권 행사의 마지노선은 오는 21일이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붙이기 위해서는 국회표결이 된다는 가정 하에 물리적으로 80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마지노선까지 국회논의를 지켜보고, 국회안 마련이 힘들다고 판단되면 문 대통령이 발의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정책위에 자문안을 지시한 것은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라며 “국회의 논의와 합의는 존중하겠지만, 끝내 합의에 실패한다면 늦지 않게 발의하겠다는 의사를 확고하게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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