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악수를 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청와대가 4월 말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은 준비위원회는 조만간 인선을 끝내고 첫 전체회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늦어도 이번 주 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눈여겨봐야할 대목은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에 대한 접근방식이다. ‘선 핵동결 후 핵폐기’ ‘평화협정 체결’ 등 단계적인 대북정책 로드맵을 세웠던 문재인 정부는 최근 기류가 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극적인 태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답 등 긍정적인 여건이 마련됐을 때 비핵화를 포함해 되도록 큰 부분에서 성과를 봐야한다는 점에서다.

이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정반대의 양상이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서 시작된 진보정부의 대북정책은 점진적 남북관계 발전을 통한 통일에 맞춰져 있었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가동, NLL평화수역 조성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남북이 단절됐던 상태에서는 최선의 접근이었고 이 같은 기조는 노무현 정부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점진적 방식은 국제적 시류에 따라 부침이 컸다. 북미 간 신뢰가 깨지면서 남북관계도 악영향을 미쳤고, 보수정부가 들어서면서 개성공단을 포함해 완전히 단절된 바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정권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남북합의’를 모색했고,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반드시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크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말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란 알렉산더 대왕이 칼로 잘랐다고 하는 이야기 속 매듭이다. 고르디우스의 전차에는 매우 복잡하게 얽킨 매듭이 있었는데, 아시아를 정복하는 사람만이 그 매듭을 풀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알렉산더 대왕이 칼로 매듭을 끊어버렸다고 한다. 주로 ‘대담한 방법을 써야 풀 수 있는 문제’라는 의미의 속담으로 사용된다.

14일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제재를 완화하는 등 점층적으로 해왔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며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하나씩 푸는 게 아니라 더 큰 고리를 끊음으로서 제재 등 (남북관계를) 한 번에 푸는 방식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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