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20일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사외이사의 보수한도를 지난해와 같은 120억원으로 가결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사외이사에게 지급한 연봉은 1인 평균 8,000만원이다. 문제는 고액의 보수로 독립성이 결여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사외이사는 기업의 CEO 및 오너 일가의 독단적인 경영을 막는 존재다. 때에 따라 경영진을 상대로 쓴소리를 해야 하는 역할인 만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고액의 연봉을 받는다면 상황은 다르다. 기업이 사외이사에 높은 보수를 책정한다면 독립성이 결여될 우려가 있어서다. 정유업계 1위 ‘SK이노베이션’ 역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들의 역할은 무의미하다. 매년 8,000만원이 넘는 고액의 보수를 챙기며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사외이사 연봉이 ‘8,000만원’… 2014년 이후 줄곧 8,000만원 이상 지급

SK이노베이션은 20일 제11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총 6가지 의안을 다뤘다.

SK이노베이션이 내정한 사외이사도 예정대로 선임됐다. 특히,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은 일각에 우려에도 이날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지난 13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김정관 전 차관이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한 바 있다. 김 전 차관이 속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횡령혐의 관련 항소심의 변호를 맡았기 때문에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CGCG는 SK이노베이션이 내정한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도 반대했다. CGCG는 당시 “보수를 결정하는 합리적인 절차나 과정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비록 전체 보수한도액의 수준이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더라도 그대로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다”며 “기본보수를 결정하는 절차나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경우 반대를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에서는 김 전 차관과 최우석 고려대학교 교수 모두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며, 이사보수한도는 지난해와 동일한 ‘120억원’(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을 포함한 총 8명의 보수한도 총액)으로 가결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기준 사외이사 5명에게 총 4억158만원을 지급했다. 1인 평균 보수액은 8,000만원이다.

사외이사 제도는 1999년 도입됐다. 대기업 오너 및 경영진을 견제하고 경영에 도움을 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사외이사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의 독립성이 결여되면 사외이사로서의 역할이 무의미해진다.

사외이사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독립성에도 영향을 준다.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이사회 안건에 과감히 반대표를 던지는 등 소신있는 행보를 이어가기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사외이사 연봉이 뒷말을 낳는 까닭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의 여직원 평균 연봉은 7,000만원(2016년 기준)이다. 반면 이 회사는 지난 2014년부터 사외이사에게 8,000만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사외이사 1인 보수 평균액은 △2017년 8,030만원 △2016년 8,900만원 △2015년 8,100만원 △2014년 8,000만원 등이다. 이 기간 SK이노베이션의 사외이사로 활동한 인사들이 회의 안건에 반대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사외이사가 받는 고액의 연봉에 대해 전문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사외이사 연봉은 전문성을 판단해 그에 맞게 책정하고 있다”며 “회사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연봉을 책정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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