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우원조
▲17대 국회의원 정책비서관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19대 전반기 국회부의장 연설비서관 ▲부산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국민과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한 호치민 주석님의 애민정신을 마음 깊이 새깁니다. 2018년 3월 23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958년부터 1969년까지 호 주석이 실제로 거주했던 집을 찾아 방명록에 남긴 글귀이다.

‘호 할아버지’로 불리는 호치민은 베트남의 민족 영웅이자, 국부(國父)다. 소련 레닌대학을 졸업한 그는 프랑스․ 미국 등 초강대국과의 전쟁을 불굴의 애국심과 특유의 전략전술을 구사해 승리로 이끌면서 통일 베트남의 기틀을 세웠다. 사욕(私慾)도 없었다. 사후에 발견된 그의 전 재산은 지팡이와 옷 두어 벌, 평소 애독한 몇 권의 책이 전부였다.

호치민은 공산주의자였으면서도 지주, 기득권세력을 마구 처단하지 않고 그들을 설득했으며, 민족을 배신한 반역자들까지도 용서하는 관용을 베풀었다. 그래서일까? 베트남에서 호치민이 받는 존경과 사랑, 그의 영향력은 지금도 절대적이다.

대한민국 건국이후의 역사에도 잠시 ‘국부(國父)’가 있었다. 하지만 국부로 불렸던 이승만 대통령은 반독재 민주주의 운동인 ‘4․19혁명’으로 하야한 후, 미국으로 망명해 쓸쓸한 최후를 맞았다. 그 후로 이 땅의 대통령들 다수는 부정․부패와 죽음으로 대통령직을 마무리하는 악순환의 길을 가고 있다.

그 길의 연장선인가? 2018년 3월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구속됐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4번째 전직 대통령의 구속이다.

정치는 균형을 맞추려는 저울 같다. 한쪽으로 기우려졌을 때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 사이로 다른 한쪽이 힘을 얻어 반대 방향으로 기운다. 신기하게도 ‘절대 균형’은 맞추질 못한다. 마치 시소를 타듯 오르락내리락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끊임없이 분열의 정치를 이어왔다.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로 분열된 남과 북, 지방색으로 나뉘어진 경상도와 전라도, 지금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으로 서로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다. 통합으로 만들어 낸 대통령이 아닌, 분열로 인해 만들어 진 대통령. 우리의 대통령이 아닌, 저들만의, 혹은 우리만의 대통령. 그래서일까. 그 균형의 축의 끝은 늘 대통령들의 마지막을 겨냥해왔다.

물론, 대통령들이 완벽히 청렴결백(淸廉潔白)하게 정치를 했더라면 ‘구속’과 같은 불운한 상황을 맞이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정치에서, 현 제도에서, 한 치의 문제도 없는 그런 정치가 가능한 지 묻고 싶다.

이제, 그 무서운 악순환이 끊어져야 한다. 그것이 화합이든, 용서든, 벌이든, 그것에 답이 있다면 말이다. 균형을 찾아가지만, ‘절대 균형’을 이룰 수 없듯이 정치에서 완전한 화해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뒤로 걸어가지는 말자. 앞을 바라보며, 앞으로 향해 걸어가면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자.

호치민이 한 유명한 말이 생각난다.

“나를 이끈 것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애국심이었다.”

이념이 이끄는 정치가 아닌, 나라를 위한 정치를 한 대통령, 우리의 후손들이 두고두고 존경할 대통령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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