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스캔들에 휘말린 아베 신조 일본총리 <뉴시스/AP>

[시사위크=정상윤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소속된 일본 자민당이 25일 개헌안을 공개했다. 기존의 헌법 9조를 유지하는 대신 다음 조항을 추가해 자위대의 활동 근거를 마련한 것이 핵심이다. 사실상 전쟁이 가능한 조항으로 해석되면서 일본 안팎으로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2차 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헌법 9조 ①항에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고 하여 전쟁포기를 선언하고 있다.

동법 ②항에서는 ‘이러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치 않는다’고 하여 전력보유 불가와 교전권 포기도 아울러 규정하고 있다. 일본헌법을 이른바 ‘평화헌법’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자민당은 개헌안에 9조의 2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앞 조의 내용이 필요한 자위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한 실력조직으로서 총리를 취고 지휘감독자로 하는 자위대를 보유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이는 평화헌법을 수정하는 대신, 단서조항을 달아 우회적으로 개헌목적을 달성하려는 포석이다.

실제 아베 총리 등 일본 극우진영은 군대와 교전권을 오롯이 보유한 ‘보통국가’로 전환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자위적 목적의 전쟁은 할 수 있다’는 이번 개헌안은 그 중간단계로 여겨지고 있다. 무엇보다 ‘자위조치’라는 것이 해석에 따라 일본 외의 활동도 가능할 수 있어, 사실상 전쟁이 가능한 일본을 선언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자민당의 기습적인 개헌안 공개는 아베 총리의 정치생명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사학스캔들에 휘말린 아베 총리는 지지율 하락으로 인해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개헌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으나, 오히려 아베 총리는 개헌 추진의사를 분명히 하는 등 정면돌파를 시도하려는 모양새다.

다만 일본 내에서도 반대여론이 많고 자민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처리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NHK는 이와 관련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는 3연임이 의문시 되는 가운데 개헌안이 힘을 갖고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