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내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밝힌 가운데 같은날 시민단체도 산업은행에 해외 매각 중단을 촉구하며 압박에 나섰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내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밝힌데 이어 같은날 시민단체도 해외 매각 중단을 촉구하며 초강수 압박에 나선 것. 특히 시민단체는 금호타이어 경영위기 주원인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로 인한 채무 증가라며 경영진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책임을 물었다.

◇ 시민단체, 산업은행에 해외 매각 철회 압박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7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과제인 문재인 정부에서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면서 “특히 금호사태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노동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며 이같이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총 14년간 매출은 6조2,762억원, 영업이익은 1조8,417억원을 기록했다. 연평균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483억원, 1,315억원이다. 업계 점유율만 33%에 총 자기자본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매출이 5,000억원 감소했던 2009년은 미국 자동차 지엠 클라이슬러 등의 파산으로 자동차 업계 전반이 매출 감소를 겪었다. 또한 이 단체는 금호타이어의 주당 자산가치가 8,952원으로, 부실한 기업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에게 금호타이어를 넘기게 되면 기술만 뺏기고 공장도 머지앉아 폐쇄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현대나 기아차의 경쟁력은 물론 원자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도 타격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이에 대한 예로 현재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한국지엠과 과거 상하이차에 매각됐던 쌍용차 사태를 들었다. 반면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중국 기업 ‘더블스타’와 인수계약이 무산될 시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노조의 선택에 달렸다”고 덧붙였지만 사실상 해외 매각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채권단은 부실기업이 아닌 금호타이어를 법정관리 신청을 하겠다고 협박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가 재산을 외국자본에 헐값에 넘겼던 론스타 사건과 마찬가지로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기자간담회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금타 경영위기 주범은 경영진과 채권단”

아울러 센터 측은 현 사태의 원인제공자로 전 경영자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산업은행을 지적하며 책임을 촉구했다. 이날 센터 측은 산업은행과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실에 진정서를 전달,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을 강행할 시 국부유출 행위자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6조4,255억원에 인수할 때 외부 자금을 무리하게 확보해 우려가 쏟아졌다. 금호타이어도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5,200억원을 부채로 조달했다. 이 여파로 금호타이어는 2009년 워크아웃에 접어들었음에도 당시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에게 금호타이어를 계속 경영하도록 했다. 결국 지난해 4월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포기를 선언하고 현재의 매각 사태까지 이어지게 됐다. 투기자본 감시센터는 “대우건설 매각자인 산업은행은 자금력과 운영능력 없는 금호그룹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삼고, 부실한 심사로 금호그룹까지 파멸시킨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이 서둘러 추진된 이유는 경영진과 채권단이 담보와 채권 등으로 엮여있기 때문이다. 현재 박 회장의 금호홀딩스 지분 40%는 금호타이어의 채무에 대한 담보로 산업은행에 묶여있는 상태다. 산업은행은 채권 상환 전에는 담보를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박 회장과 산업은행 모두 하루라도 빨리 금호타이어가 매각되길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이 100% 이해를 같이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매각되기 직전 금호 측과 산업은행 측이 상표권 갈등을 일으키며 매각이 중단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는 “금호 상표권은 금호그룹의 공유재산”이라며 “지금이라도 사태의 책임이 있는 금호그룹과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에 대한 상표권을 소각하고 무상으로 금호타이어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타이어뱅크는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대전상공회의소에서 간담회를 열고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면서 “타이어뱅크는 전국에 판매망을 갖추고 있어 고용을 보장하면서 금호타이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현재의 생산성으로 금호타이어는 2년 이상 생존이 불가능하다”면서 “노동조합과 채권단을 만나 각각의 입장을 경청한 후 인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표에 노조에서는 일단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기업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산업은행의 주장이 뒤집혔다는 것이다. 산업은행도 타이어뱅크가 인수제안서를 접수한다면 진정성을 판단해 검토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이 27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서는 6,500억원 정도의 금액이 필요하다. 김 회장은 인수 추진을 위해 자체 상장을 하거나 채권단 담보로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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