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가 500억달러 규모의 대 중국 관세 리스트를 발표했다. 사진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지난 2016년, 미국은 4,820억달러어치 상품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했다. 이는 당년도 미국 총 수입액의 22%에 달하는 액수다. 반면 중국이 ‘메이드 인 USA’를 사들이는데 사용한 금액은 1,350억달러에 불과하다.

양국의 무역불균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아직까지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 리더는 없었다. 자유무역체제를 인위적으로 어그러뜨리는 행위가 가져올 결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제 감춰뒀던 칼을 본격적으로 빼 드는 모양새다.

◇ 제조업 집중타격, 소비재는 열외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일(현지시각) 25%의 관세가 부과될 중국산 수입품들의 목록을 공개했다. 58페이지짜리 보고서에서 수입규제대상으로 열거된 품목들은 모두 1,300개, 액수로 따지면 약 500억달러 수준이다. 근거는 불공정무역을 일삼는 국가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슈퍼 301조’다.

리스트를 자세히 살펴보면 반도체와 리튬 전지, 우주공학제품 등 첨단 제조업 제품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역대표부가 직접 “기술 이전·혁신과 관련된 중국의 정책들이 미국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한 것처럼, 무역불균형 해소 뿐 아니라 ‘제조굴기’를 내건 중국의 제조업 육성정책에 제동을 거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었음이 보고서 곳곳에서 드러났다. 특히 중국이 2025년까지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의 대표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직접 거론한 것이 눈에 띈다. 최근 미중 무역 갈등의 중요 이슈로 떠오른 지식재산권 또한 첨단 제조업 분야와 깊이 관련돼있어, 백악관이 중국의 제조업을 겨냥할 이유는 충분하다.

대표적인 소비재인 의류와 신발은 대 중국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큼에도 불구하고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물가 상승을 유발해 미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미국신발유통소매협회(FDRA) 등 의류·직물산업 관계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직물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기계장비는 관세부과목록에 포함돼 생산단가가 높아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TV 또한 리스트에 올라 소매업계에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소매업지도자협회의 훤 쿼치 부사장은 “몸에 걸치는 것은 제외하고, 집에 두는 것은 포함됐다”고 이번 제재 기준을 정리했다.

무역대표부는 앞으로 공청회 등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5월 22일(현지시각)까지 수정안을 확정해야 한다.

◇ 반격 선언한 중국… 농업·제조업 겨냥할까

대두와 항공기, 자동차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하는 품목이다. <픽사베이>

트럼프 행정부가 500억달러에서 600억달러 규모의 관세부과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중국 또한 불과 이틀 전 미국의 철강관세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미국산 돼지고기와 철강 등에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이 설정한 관세규모는 128개 품목·30억달러 수준에 불과했으며, 가장 민감한 수입품목인 콩류는 제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위해 과도한 맞대응을 자제했다는 해석이 나오던 상황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아랑곳 않고 500억달러 규모의 무역제재를 실행에 옮기면서 G2간의 무역 전쟁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수직 상승했다. 추이 텐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중국의 국제방송채널인 CCT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과 같은 비중의, 같은 규모의, 같은 수준의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통계사이트 ‘OEC’에 따르면 단일 품목 기준으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하는 상품은 콩(대두)이었으며 항공기가 2위, 자동차가 3위였다(2016년 기준). 138억달러가 판매된 대두를 포함해 이들 세 상품의 대 중국 수출액은 총 383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면 가장 타깃으로 선정하기 좋은 대상들이다. 더구나 농업과 전통 제조업이 트럼프의 지지기반이라는 정치적 이유도 있다.

CNN은 4일(현지시각) 중국 상무부가 콩과 항공기, 자동차를 포함한 대규모 관세부과 계획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관세부과품목 리스트가 발표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구체적인 타임라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맞 관세 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은 확실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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