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악재로 신뢰를 잃은 암호화폐 시장에 큰 위기가 닥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코인네스트 홈페이지.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국내 5위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네스트 대표가 횡령·사기혐의로 체포되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초유의 사태인 만큼 암호화폐 시장의 냉각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오히려 거래소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겠냐는 시선을 보낸다. 다만 겹겹이 쌓인 악재로 암호화폐 시장이 위기에 처했다는 게 중론이다.

◇ 코인네스트 대표, 장부거래 혐의로 구속

5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4일 김익환 코인네스트를 대표 횡령·사기 혐의로 긴급체포 했다. 검찰은 김 대표와 실장급 임원들이 거래소 고객들의 자금을 자신들 명의의 계좌로 빼돌린 후 암호화폐 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코인네스트는 이 과정에서 거래소 내에 ‘암호화폐’가 없었음에도 고객들로부터 돈을 받고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암호화폐 시장에서 소문으로 떠돌던 ‘장부상 거래’가 실제 존재했던 것.

이는 중소 거래소에서 흔히 쓰이는 투자 행태 때문으로 보인다. 코인네스트 같은 중소거래소에선 법인계좌로 투자금을 입금 받은 뒤 가상의 개별 장부를 통해 돈을 관리한다. 법인명의로 계좌가 개설된 만큼, 횡령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었던 셈이다.

파장은 컸다. 거래소 빗썸 기준 750만원가량 하던 비트코인의 시세는 소식이 전해진 후 한때 720만원 이하로 떨어졌고, 코인네스트 고객들은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검찰은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 업계 “옥석 가릴 기회” vs “신뢰도 추락 시 전멸”

업계에선 이번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예의주시 중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터질게 터졌고,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정부 규제에 따라 암호화폐가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하다는 뜻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기 시장엔 버블이 형성되다보니 ‘묻지 마 투자’도 많았고, 이를 이용하는 세력들도 생겨났다”며 “한동안 진통은 있겠지만 오히려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계기”라고 말했다.

반면 잃어버린 신뢰를 신속히 회복하지 못한다면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큰 위기가 닥쳐올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약관 문제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거래소 신뢰가 바닥에 달했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일 다수의 암호화폐 거래소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 시정권고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신뢰도 하락은 다수의 거래소들이 얽혀있는 ‘신규 실명계좌 발급’ 문제와 맞닿아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암호화폐 대책의 일환으로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도입토록 했다. 그러나 은행권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곳은 빗썸, 코인원 등 극소수의 대형 거래소들뿐이다. 개설여부의 판단을 은행권 자율에 맡기다보니, 문제발생에 대한 부담감으로 은행들이 신규계좌 발급을 꺼려한다는 것.

이에 다수의 중소 거래소들은 법인계좌로 거래를 지속 중이며, 신규 거래소들 중엔 오픈을 연기하는 곳도 있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장이 은행들에게 암호화폐 계좌개설을 적극 독려하겠다며 물꼬를 터놨지만, 악재가 겹쳤다”며 “부정적인 기류로 바뀌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의 거래소들이) 신규계좌가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결국 대형 거래소만 살아남을 텐데, 시장이 위축된다면 대형거래소에도 좋은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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