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이 올해 도매대가 협상을 앞두고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비상대책반’을 꾸려 활성화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알뜰폰 업계가 내년도 사업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정부와 통신사간의 망 도매대가 협상에 앞서 알뜰폰 자체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특별팀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특별팀을 이용해 업계의 요구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타격을 맞은 통신사가 이들의 주장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 매년 돌아오는 망 ‘도매대가’ 협상… 알뜰폰 살아날 ‘기회’

알뜰폰은 자체 주파수를 가지고 있지 않다. 통신사의 주파수 일부를 빌려 사업을 영위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알뜰폰 사업자들은 통신3사에 주파수 값을 지불해야 한다. 통신사가 알뜰폰에 요구하는 주파수의 값을 ‘도매대가’라고 한다. 

도매대가는 매년 달라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시장지배적 사업자 SK텔레콤의 협상으로 갱신되기 때문이다. 알뜰폰은 이 협상에서 결정된 도매대가로 다음해의 요금제를 설계해야 하는 만큼 도매대가를 낮추는 것이 알뜰폰 사업자들의 중요한 목표다. 도매대가 협상이 중요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알뜰폰 사업자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아니다. 과기정통부가 알뜰폰 산업 대신 협상에 나선다. 도매대가 협상은 정부가 알뜰폰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알뜰폰 사업자가 지불해야 되는 비용이지만, 사실상 알뜰폰과 통신사간의 협상은 양쪽의 격차로 인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고 판단, 정부가 나서는 것이다. 

매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이하 알뜰폰협회)는 원하는 인하율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협상에서는 전년 대비 10% 인하된 LTE 도매대가를 요구했었다. 당시 제시한 인하율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것이 알뜰폰협회의 입장이었다. 

결과는 도매대가 평균 ‘7.2%’가 인하됐다. 데이터 구간별로는 중저가 요금제(300MB∼6.5GB) 기준 약 11.7% 정도 인하됐고, 무제한 요금제(11GB 이상) 기준 약 2.3% 인하됐다. 무제한 요금제에서는 큰 차이를 내지 못한 것이다. 통신사와의 요금제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위치인 셈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알뜰폰 업계가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당시 알뜰폰 업계는 협상 결과에 대해 실망감을 표한 바 있다. 

◇ 알뜰폰 비상대책반, ‘전파사용료 감면 기간 연장·RM 방식의 LTE 도매대가’

이에 알뜰폰이 올해 망 도매대가 협상에서는 목표치를 이루기 위해 방식을 바꿨다.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알뜰폰 자체에서 ‘비상대책반’을 꾸린 것이다. 비상대책반은 이달 정부와 만나 업계의 요구사항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정확한 시기는 조율 중에 있다. 

비상대책반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알뜰폰 사업자 의견 조율 △전파사용료의 감면 기간 확대 △업계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 등을 위해 존재한다. 알뜰폰 업계는 1년 단위로 전파사용료가 감면되고 있어 중장기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알뜰폰 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비상대책반이 나서는 것이다. 

아울러 비상대책반은 올해 진행될 협상에서 LTE 도매대가의 산정 방식을 기존 수익배분(RS) 방식이 아닌 ‘종량제(RM)’ 방식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종량제는 음성, 데이터 등의 단위당 요금을 산정해 지불하는 방식이다. 종량제는 매출의 일부를 무조건 통신사에 지불하는 RS 방식보다 경쟁력이 있다. LTE 도매대가가 종량제 방식으로 바뀌어야 알뜰폰 업계에서도 통신사와 경쟁이 가능한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게 된다. 

알뜰폰 업계는 비상대책반을 통해 ‘알뜰폰 활성화’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올해 협상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한 시도다. 다만, 통신사 역시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인해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통신사가 알뜰폰이 주장하는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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