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과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방송법 개정안에 이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특혜성 해외출장’ 논란까지 겹치면서 여야의 대립이 격해지는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4월 임시국회가 열흘 넘게 공전하고 있다. 개헌과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방송법 개정안에 이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특혜성 해외출장’ 논란까지 겹치면서 여야의 대립이 격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개헌과 추경은 정부여당에겐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6·13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이 마련되기도 전에 국민투표법 ‘위헌’이라는 암초에 부딪쳤다. 4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편성된 추경 역시 이낙연 국무총리의 시정연설이 취소되는 등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됐고 국회에서도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를 중심으로 개헌안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국민투표법을 먼저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여야 합의로 개헌안이 마련되더라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은 하겠지만, 국민투표법은 안 된다’ 는 야당의 주장은 ‘사과는 따겠지만, 사과나무는 심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선거 때만 되면 재외국민의 표를 달라고 했던 야당들이 정작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위헌 상태로 방치하려는 것은 그야말로 위선의 극치라 할 것”이라고 야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국민투표법 논의는 야당의 반대로 관련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6월 개헌 국민투표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선 “국민투표법 개정보다 개헌안 마련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개헌 협상이 진전도 안 되고 있는데 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사실상 오는 20일을 개정 시한 ‘데드라인’으로 보고 개헌 협상을 미루고서라도 법 개정에 총력을 다 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청년실업과 일부 고용위기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편성한 추경심사도 꽉 막혀있다. 여야가 공영방송 사장 선출방식을 두고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이견을 보이면서 4월 국회 의사일정 합의가 불발됐다. 이에 따라 이 총리의 추경 관련 시정연설은 물론 10일부터 진행하기로 한 대정부질문도 순연됐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016년 7월에 발의한 안이다. 공영방송 이사를 여당 7명, 야당 6명이 추천하는 13명으로 구성하고 재적이사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사장을 임명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현행 방송법은 단순 다수결로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공영방송 사장을 여야가 합의한 인물로 임명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된 개정안이라 ‘언론장악금지법’으로도 불렸다. 때문에 한국당·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인데 왜 통과를 안 시키느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박홍근 개정안’도 완벽하지 않으니 아예 정치권의 개입을 막는 방식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가 추천한 이사진이 사장을 임명하는 방식이 아닌, 아예 여야의 추천권도 없애자는 것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박홍근안’이 발의될 시점은 공영방송을 장악하려고 하는 국정농단 세력의 손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차선책이었고, 당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며 “야당이 고집하는 방송법이 발의될 때의 정부와 지금의 정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김 금감원장 ‘외유’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국당·바른미래당은 국정조사와 청문회까지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미 전날(10일) 김 원장을 뇌물죄·직권남용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원장을 둘러싼 의혹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이어지는 만큼 국정조사와 국회 청문회를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며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감안해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일단 개헌과 추경이 시급한 과제인만큼 김 원장 관련한 야당의 요구는 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을 둘러싼 파문이 더 커지기 전에 국회에 불러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을 따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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