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 향후 삼성은 물론 회장이 수감 중인 롯데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18가지 혐의 중 삼성과 관련한 2개 혐의만 무죄 판결 받았다. 삼성이 연루된 특가법상 단순 뇌물죄의 경우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검찰은 전부 무죄 판결을 받은 특가법상 제3자 뇌물수수죄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항소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본인의 항소 의사와 관계없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이 1심 재판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적극적으로 혐의를 다툴 경우 다양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삼성은 물론 회장이 수감 중인 롯데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 검찰, 삼성 ‘승계 작업’ 입증에 최우선

검찰은 우선 박 전 대통령이 무죄 판결을 받은 제3자 뇌물수수와 관련해 삼성의 승계 작업 입증을 최우선으로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분만 입증된다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수는 220억원 가량 더 증가된다.

이 사건 제3자 뇌물수수죄에서 ‘제3자’는 영재센터와 미르·K스포츠재단(이하 재단)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승계 작업이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영재센터와 재단에 지원금 출연을 강요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승계 작업은 포괄적인 현안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8가지의 개별적 현안들이 당시 삼성에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김세윤 부장판사)는 “개별 현안 중에는 피고인과 이재용이 단독면담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이미 해결된 현안이거나 시기적으로 아주 다급한 현안이 아닌 것도 다수 있다”는 이유로 청탁 여부를 부정했다.

또 포괄적 현안인 ‘승계 작업’과 관련해서도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 작업은 개념이 명확해야하고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력을 가져야 한다”며 “검찰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개별 현안들의 진행이 승계 작업을 위해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또 “설령 승계 작업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그 개념과 내용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것이 삼성의 지원 요구와 대가관계에 있다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재판부는 삼성의 제3자 뇌물수수를 선고하기 직전 롯데와 SK그룹의 제3자 뇌물수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곧바로 이어질 이 부회장의 선고 내용을 인식한 듯 재판부는 두 기업에 대해서는 ‘시급한 현안’이 있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미 해결됐거나 다급한 현안이 아니었다’는 이 부회장의 선고 내용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에서 개별 현안들의 시급성과 해당 현황들이 궁극적으로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해 진행됐다는 점을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와 SK그룹과의 형평성 논란도 쟁점될 수 있다. 검찰은 롯데는 1개의 현안(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재취득), SK는 3개의 현안(최태원 회장 동생의 가석방, 워커힐 면세점 특허취득, CJ헬로비전 인수)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는 모두 청탁 대상이 되는 현안이라고 인정한 반면 삼성은 8개 현안 모두 청탁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정형식 부장판사) 또한 박 전 대통령의 1심 판결과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부회장 사건을 맡고 있는 특별검사팀이 상고하면서 결국 대법원에서 최종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가 먼저 나올 경우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된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에 불복함에 따라 항소심에서는 삼성의 승계 작업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시사위크>

◇ 朴, 항소심서 무죄 다툰다면... 내용은?

박 전 대통령 역시 본의 아니게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됨에 따라 향후 전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18가지 혐의 모두를 부인하고 있지만 특히 뇌물 부분에서 무죄를 받을 경우 형량을 급격히 줄일 수 있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은 똑같이 제3자 뇌물수수죄가 적용됐음에도 삼성은 무죄, 롯데·SK는 유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다툴 가능성이 있다. 삼성 건과 관련해 ‘시급한 현안이 없었다’거나 ‘청탁에 대해 피고인의 명확한 인식이 없었다’는 재판부의 논리를 롯데와 SK그룹의 무죄 입증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과 관련해 특가법상 단순 뇌물수수의 경우 일부 유죄가 선고된 정유라 승마지원 건도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재판부가 이를 유죄로 인정한 이유는 최순실 씨가 운영하는 독일의 비덱스포츠라는 회사에 삼성명의의 자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실질적으로 경제 공동체로 보고 제3자가 아닌 단순 뇌물죄를 적용했다.

만약 박 전 대통령 측이 최씨와 경제 공동체가 아님을 입증하고, 항소심에서 받아들여진다면 단순 뇌물죄가 아닌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삼성에서 무죄를 받았던 논리를 근거로 무죄를 끌어내려는 전략을 짤 수 있다.

한편 SK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죄가 인정됐지만, SK측에서 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태원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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