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제경제의 위험요인으로 민간부채를 뽑았으며, 가상화폐의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가상화폐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는 소수의 금융인들에 속한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지났다. 새로 도입된 각종 금융안전장치들과 작년을 기점으로 완연히 회복된 국제무역량은 마치 세계경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상흔을 씻은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IMF가 최근 발표한 ‘2018 세계 금융안정보고서’는 국제금융계가 안정을 찾기까지는 아직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 ‘민간부채 증가세’로 뒤덮인 금융안정보고서

IMF가 제시한 국제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다름 아닌 민간부채였다. 전 세계 부채 총합은 2016년 기준 164조달러로 GDP의 225%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보다도 12%p 높은 수치다.

IMF는 최근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의 시대 동안 “취약차주에게 지나치게 많은 자금이 공급됐다”고 지적했다. 대출시장 또한 상품경제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금리)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필요한 경제주체가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나 정책기관이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신용할당’ 속에서 대출구조가 왜곡됐다는 뜻이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기록적으로 증가한 신흥국과 저소득국가의 부채수준이다. 2009년 신흥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은 99.1% 수준이었지만 2017년에는 143.2%로 크게 확대됐다. 저소득국가로 범위를 좁힐 경우 민간부채 문제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국가의 비율이 45%를 넘어선다. 중국의 경우 은행이 예금된 돈을 고객에게 빌려주고, 이 돈을 다시 예금시키면서 장부상에 과다한 대출실적과 자금이 기록되는 ‘신용 팽창’이 경제구조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지목돼왔다.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시행되면서 증가세는 다소 둔화됐으나 지금까지 쌓여온 가계부채만 해도 모두 1,400조원을 넘어선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7년 94.4%로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3분기) 이후 20.5% 증가했다. 분석대상인 세계 43개 국가 중 5번째로 많은 수치다(1위 노르웨이‧2위 중국).

◇ “암호화자산, 규제 필요하나 이점도 많아”

최근 국제금융계에서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가상화폐를 둘러싼 이슈들이다. 일반적으로 연령층이 높고 금융 이슈를 다루는데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세계 금융기관‧대기업의 수장들은 이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들을 숨김없이 드러내왔다. 가상화폐에 대한 이들의 평가는 ‘거품’ 혹은 ‘투기시장’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IMF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IMF가 평가하는 가상화폐의 위험성은 일반적인 인식에 비해선 분명히 낮은 편이다. 금융안정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토비아스 아드리안 IMF 통화자본시장국장은 가상화폐가 “가격변동성이 심한 반면, 다양한 가능성도 보장하고 있다”며 중립적인 의견을 밝혔다. 또한 “세계의 많은 중앙은행들이 가상화폐를 보증하는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해 ‘공인된 가상화폐’를 지지하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이는 비단 아드리안 국장만의 의견이 아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 16일(현지시각) IMF의 공식 블로그에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암호화자산에 대한 공명정대한 접근’이라는 제목의 이 포스트에서 라가르드 총재는 “가상화폐의 창조성을 훼손하지 않는 규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상화폐가 빠르고 손쉬운 거래를 가능케 하는 만큼 정책결정과정에서 보다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라가르드 총재가 특별히 가상화폐의 예찬가는 아니다. 지난달에는 같은 블로그에 암호화자산의 부정적인 면을 담은 글을 쓰기도 했다. 다만 국제금융계가 암호화자산을 통해 잃을 것보다는 얻을 것이 많으며, 가상화폐에 분명한 이점이 있는 만큼 제도권 내로 편입시키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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