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엘지의 롤렉서블 OLED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엘지 사이언스 파크 ISC 개장식에 참석했다. 엘지 사이언스 파크는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4조원을 투자해 조성한 국내 최대 연구개발 단지다. ‘혁신성장’을 내세우는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 독려한 이유다.

개장식 인사말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실리콘밸리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이 연구단지는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미래다. 전자, 정보통신, 바이오 분야의 연구기관들이 서로의 장점을 살리며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 엘지 사이언스 파크 극찬한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어 “구본준 부회장님을 비롯한 엘지 임직원 여러분, 박원순 서울시장님과 노현송 강서구청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예를 표한 뒤 “세계적인 기업, 젊은 창업자, 기술자, 연구자가 모여야 융합과 협업이 가능하다. 엘지 사이언스 파크는 그 시작을 알리는 민간주도 혁신성장의 현장”이라고 극찬했다.

엘지 사이언스 파크 출범을 계기로 문 대통령은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약속했다. ▲혁신형 기술개발자금 지원 ▲기초예산 연구 예산 2배 확충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 지원 등이다. 문 대통령은 “젊은이들이 창업으로 희망을 갖고, 중소벤처기업들이 함께 성장하면 LG는 국민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대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념식을 마친 문 대통령은 이어 전시장 시연 현장을 찾았다. 롤러블 OLED 텔레비전 화면을 지켜본 뒤 “내려가면서 돌돌 말리는 것이냐. 오오”라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상용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기술은 전 세계에서 LG 밖에 없다”는 구본준 부회장의 설명에 직접 리모콘으로 화면을 올렸다 내리기도 했다.

2심 선고 후 석방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시스>

문 대통령의 이날 산업현장 시찰에는 총 450여 명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참석했고 지역구 의원인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민주당 한정애 의원, 민주당 금태섭 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청와대에서는 장하성 정책실장을 비롯해 반장식 일자리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 등 유관 참모들이 총 출동했다. 문 대통령의 4차 산업혁명 및 혁신성장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방증한다.

◇ 삼성·SK·롯데 등 산업현장 시찰 없던 이유

실제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미래산업, 국가기간산업 등 중요한 산업현장에 대한 시찰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해외순방 때에도 현지에 있는 산업현장 방문 일정을 되도록 포함시켰다. 지난해 중국 순방 당시 충칭 현대자동차 공장 방문, 지난달 UAE 방문 때도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을 찾았었다.

국내에서도 정책기조에 맞춰 산업현장 시찰이 있었다. 1월 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LNG 쇄빙선 건조현장을 점검했고, 2월 1일에는 한화큐셀을 방문해 태양광 에너지 사업 현황을 보고 받았었다. 같은 달 2일에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선보일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차 넥소를 직접 시승해 홍보하는 행사도 열었었다. 이날은 남북 정상회담 준비가 한창인 상황임에도 엘지를 챙긴 셈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삼성과 어떤 형태로 만날지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바이오 등 미래산업의 핵심 기업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의 4차산업혁명을 통한 혁신성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삼성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문 대통령의 삼성관련 현장시찰은 없었다. 지난 2월 6조 원 이상 투입된 삼성전자 화성공장 EUV라인 착공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이유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산업시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주요 대기업으로 삼성, 롯데, SK가 꼽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 기업은 국정농단 재판의 당사자들이다. 더구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수감 기간이 겹치면서 문 대통령과 한 차례도 대면하지 못했다. 따라서 재판이 마무리된 이후에나 현장방문과 독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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