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OPEC의 감산합의에 불만을 표시했다. 사진은 기름 가격이 표기된 뉴욕주의 주유소.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관측된 유가상승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다만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유가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됐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원유 생산량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 현상을 지적하며 “용납이 불가능하다”고 쏘아붙였다. 고유가의 원흉으로 지목된 것은 이날 감산합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회동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가진 배경에는 OPEC에 대한 미국의 높은 수입의존도가 깔려있다. 자국 에너지산업계를 부흥시키길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유가를 높이는 감산합의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백악관은 석유회사들이 해안가의 유전지대를 탐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중이며, 알래스카 북동부 지역의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ANWR)의 석유시추 금지조치도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경고메세지의 효력은 부족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20일부터 22일까지 이전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그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OPEC 내 미국의 동맹국들도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CNBC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리드 알 팔리 석유장관은 20일(현지시각) “아직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며 감산합의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한편 일각에선 고유가가 오히려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높은 수입물가는 자연스레 내부생산을 늘리고 기술혁신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유가의 상승세가) 국내 셰일오일의 생산을 증진시키고 원유수입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와 같은 사실들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유가’ 덕분에 서부텍사스유(WTI)를 생산하는 텍사스 지역에서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최근 수년간 대표적인 유전지대인 텍사스 미드랜드의 실업률은 유가와 역의 상관관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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