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회동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바른미래당 김동철, 자유한국당 김성태, 평화와정의 노회찬 원내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투표법 개정 ‘디데이’로 못 박은 23일까지도 여야 공방이 지속되면서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는 실무 진행절차를 최대한 압축한다면 27일까지 시한을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빅 이벤트’가 예정돼있는데다 며칠 사이 논의가 급진전할 가능성도 적은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6월 개헌’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판단 하에 또 다른 현안인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전략이다.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머리를 맞댔지만,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은 논의 테이블에도 올리지 못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시간이 됐기 때문에 국회 정상화를 통한 추경이나 국민개헌에 대한 입장 전혀 신경 안 써도 된다는 청와대와 여당 입장만 확인했다”며 “대단히 불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투표법과 정쟁 중단) 모두 논의가 안 됐다”며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는 물 건너간 것이냐’는 질문에 “아마도 그렇다”고 답했다.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평화와정의)의 노회찬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국민투표법 개정 처리 시한은 날짜 해석이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처리가) 끝났다고는 확인하지 않았다”면서도 “오늘 개헌 얘기는 안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일단 ‘6월 개헌’이 무산됐다고 보고 다른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오전까지 끝내 국민투표법 처리가 무산된다면 그 모든 책임은 오로지 한국당이 져야 할 것”이라며 “국민개헌 반대 세력, 호헌 세력인 한국당에 대해 국민들께서 투표를 통해 매서운 심판을 내리실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추경안 처리도 무산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지난 2일 개의했어야 할 4월 임시국회가 이날까지 ‘개점휴업’ 중인 상태에서 여야는 추경 관련 국무총리 시정연설은 물론 심의절차에 착수조차 하지 못했다. 오는 30일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면 각 정당들이 6·13 지방선거 체제에 돌입해 추가 임시국회 소집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최대의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 의장의 임기가 5월 말로 종료되면 후반기 국회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들을 둘러싼 여야의 ‘파워게임’이 다시 시작된다. 국회 개원 자체가 늦어지면 추경안 심사도 무기한 연기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9월 정기국회까지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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