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마지노선으로 정한 4월 23일까지 국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정의당 일각에서는 아직 여유가 있다는 해석도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미 끝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투표법이 끝내 기간 안에 개정되지 않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실시가 무산되고 말았다”며 “이로서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국회를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비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는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모아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단 한번도 심의조차 하지 않은 채 국민투표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위헌법률이 된 국민투표법을 3년 넘게 방치하고 있는 것도 제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비상식이 아무런 고민 없이 그저 되풀이되고 있는 우리의 정치를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렵다”고도 했다.

관심은 문 대통령의 개헌안 철회여부와 향후 개헌 추진 가능성으로 모아진다. 일단 문 대통령은 철회여부를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미뤘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공약이었던 동시투표가 무산된 만큼, 철회하자는 의견과 국회의 논의를 더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나눠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지방선거와 동시투표는 불가능하지만 5월 4일까지 국민투표법이 개정된다면 문 대통령발 개헌안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야권이 주장하는 9월 개헌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대통령 권한분산이 담긴 개헌을 9월에 처리하자고 주장해왔으나, 이는 내용과 시기 측면에서 모두 문 대통령의 공약과 다르다. 굳이 정부여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2년 주기로 총선을 치르고 중앙·지방정부 선거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구상도 이미 엎어진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현안이 많은데 언제까지 개헌에만 몰두할 순 없다”며 동시투표 실시가 개헌의 골든타임임을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야권의 9월 개헌이나 별도의 개헌추진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대신 “개헌안의 취지에 대해서는 개헌과 별도로 제도와 정책과 예산을 통해 최대한 구현해 나가겠다”며 “각 부처별로 개헌안에 담긴 취지를 반영한 제도와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만 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바로) 철회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지선과 동시 개헌투표는 물 건너 갔지만 발의한 날로부터 60일 안에 국회가 표결을 해야하는데 그게 5월 23일이다. 그때까지는 유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사 (5월 23일을) 도과하더라도 20대 국회 때까지는 남아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보면서 판단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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