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건배를 하고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2시간을 예정했던 만찬은 그보다 약 30분이 지난 오후 9시10분에야 마무리됐다. 저녁식사를 하기에 150분은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청와대는 4·27 남북 정상회담 만찬자리를 “간신히 마무리됐다”고 표현했다. “멀리서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이 생중계를 탄 직후 한국의 모든 평양냉면집이 북새통을 이뤘다는 이야기에 양측 참석자들이 큰 웃음을 터뜨리는 등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지속됐다.

27일 오후 6시39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건배사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만찬에서 양측 참석자들의 잔에 담긴 술은 평안도 지방의 전통주인 ‘문배주’였다. 알코올 도수가 40도 안팎인 ‘센 술’이다. 하지만 이날 만찬장에서는 참석자들의 ‘원샷’이 이어졌다. 특히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오늘의 이 만남과 선언이 너무 감격스럽다. 절대로 후퇴하지 말고 큰길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힘껏 함께 노력하자”며 잔을 한 번에 털어 넣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날의 ‘메인 메뉴’였던 평양냉면이었다. 북측 판문점으로 파견된 평양 옥류관 수석요리사가 옥류관 제면기로 냉면을 제조했고 이 냉면을 북측 실무진이 만찬장소인 평화의 집으로 배달했다. 종류는 물냉면과 비빔냉면 두 종류가 있었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부부는 모두 물냉면을 택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에선 빨간 냉면을 비빔냉면이라고 부르지는 않는 것 같다. 쟁반냉면이라 부르는 걸 들었다는 사람도 있는데 확실치는 않다”고 전했다.

만찬장에서는 소해금 연주 공연이 진행됐다. 남북이 모두 친근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반갑습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아리랑’ 등 세 곡이 선정됐다. 이외에도 예정에 없던 가수 조용필 씨와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듀엣’ 무대가 펼쳐졌다. 이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전 애창곡인 ‘그 겨울의 찻집’을 함께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가수 윤도현 씨와 북측 예술단도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함께 부르며 즉석 공연을 했다.

이전 정부에서 남북 회담을 통해 북측 인사를 접촉했었던 참석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의 ‘해후’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 이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북한의 3대 최고지도자를 모두 만난 인물로 기록됐다. 

이날 만찬장에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6·15(남북공동선언) 때 김정일 위원장이 제 노래를 듣고 인민예술가라고 했는데 증명을 아직 주지 않았다”고 농담을 하자 김 위원장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향해 “(박 의원이) 다음 평양에 오시면 꼭 수여하도록 하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고 한다.

또 북한 김영철 부위원장은 임동원 이사장과 악수하면서 “도대체 지난 10년 동안 어디 가계셨습니까”라고 물었고,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북측 김성혜 당 중앙위원회 실장을 보면서 “얼굴이 아주 좋아지셨습니다”라며 서로 마주 보고 웃기도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만찬은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격식을 갖추기보다 서로 술을 권하고 건배하며 자연스럽게 자리를 오가는 등 편안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솔직담백하고 예의가 바르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전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 옆에 있던 주영훈 경호처장은 “만찬장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먼저 타도록 손짓했고 리설주 여사가 타려하자 슬그머니 (리설주) 손을 잡고 뒤로 당기더니 김정숙 여사 먼저 타도록 하더라”고 사례를 들며 거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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