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짝퉁이라 무시 받았던 중국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를 앞세워 선도적인 위치에 서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과거 중국은 기술력이 부족하고, 소위 ‘짝퉁’의 이미지가 강했다. 우리 일상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었던 중국산 제품들은 대부분 가격이 저렴하지만, 품질은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 ‘중국산’이란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그래서 긍정보단 부정에 훨씬 가까웠고, 간혹 질 좋은 중국산 제품이 나와도 ‘대륙의 실수’라는 평가가 나오곤 했다.

하지만 최근엔 이러한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 기업이 늘어나면서, 중국산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샤오미다. ‘짝퉁 애플’이란 비웃음을 받던 샤오미는 이제 애플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이제는 샤오미가 짝퉁을 고민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는 비단 IT·전자 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역시 각종 ‘짝퉁 자동차’로 무시 받던 중국 자동차산업이 이제 세계로 나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로의 진출이 최근 활발하다. 가성비가 뛰어나고, 전기차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지닌 중국 자동차 회사들의 한국 진출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국내 자동차 업계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8 EV 트렌드 코리아’에 참가한 비야디(BYD). <시사위크>

◇ 전기차 ‘세계 1위’ 타이틀 가진 중국… ‘짝퉁’은 옛말

중국의 비야디(BYD)는 우리에겐 다소 낯선 이름일지 몰라도 이미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다. 2003년에 설립돼 역사는 짧지만, 전 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세계 1위’ 회사로 성장했다. 여기엔 전기차 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은 중국 정부의 힘도 작용했다.

비야디는 자가용 세단 및 SUV는 물론이고, 전기버스, 전기트럭, 심지어 전기지게차까지 판매한다. 또한 미래 교통수단으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 자동차 산업을 향해 더 이상 ‘짝퉁’이란 비판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행보다.

이처럼 미래자동차산업으로 가는 길목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서 있는 비야디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올해 초 제주공항과 우도에 전기버스를 공급하며 한국 진출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비야디는 지난달 열린 국내 최초 ‘전기차 모터쇼’ EV 트렌드 코리아에도 참여해 전기버스와 전기트럭, 전기지게차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와 함께 비야디는 한국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AS 네트워크 구축에도 나서는 등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점차 확대될 국내 지자체 전기버스 도입사업에 적극 참여하며 한국 시장을 공략해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최근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중국 자동차 회사는 비야디 만이 아니다. 중국 자동차 업계 2위 동풍자동차도 한국 시장에 재차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유일의 중국차 전문 수입회사 신원CK모터스는 오는 10일 신차 발표회 및 기자간담회를 갖는다. 신원CK모터스는 원래 중한자동차란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 지난해 신원종합개발에 인수되면서 사명을 바꿨다. 기존엔 북기은상 차량만 수입해 판매해왔는데, 이번에 동풍자동차의 수출전용 자회사인 동풍쏘콘과도 손을 잡으면서 중국차 분야에서의 입지를 더욱 다지게 됐다.

동풍쏘콘은 이미 지난해 한국 시장에 발을 들인 바 있다. DFSK코리아를 통해 미니밴과 미니트럭 등을 판매한 것이다. 하지만 경영악화로 인해 파산하고 말았고, 이를 신원CK모터스가 인수했다. 이를 통해 좀 더 안정적인 상륙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신원CK모터스는 기존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활용 및 확대해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을 보강할 방침이다.

신원CK모터스는 오는 10일 신차발표회에서 미니트럭과 소형 화물밴 외에도 하이브리드 중형 SUV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첫 중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된다.

이 같은 중국 자동차 회사들의 잇단 한국 시장 진출은 국내 자동차 업계 입장에선 썩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중국 시장에서의 활로 개척이 쉽지 않은 가운데, 오히려 중국차가 한국 시장을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상용차 위주에 판매량도 많지 않지만,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될 경우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대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업계관계자는 “중국은 전기차 등 미래자동차산업에 국가차원에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지 않도록 우리도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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