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2일 열릴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고 있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쌍용건설이 시공해 지난 2010년 6월 개장된 이 호텔은 호텔, 스카이파크, 카지노, 컨벤션, 쇼핑센터, 레스토랑, 영화관, 공연장 등을 갖춘 현지 최고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싱가포르의 세계적인 랜드마크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이 역사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다음달 12일 열릴 북미정상회담 개최지 중 하나로 쌍용건설의 대표작인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지 최고의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이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종 회담 장소로 낙점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호텔이냐 궁이야’… 베일 쌓인 북미정상회담 장소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불과 이틀 앞둔 다음달 12일, 세계인의 이목이 동남아의 도시국가 싱가포르로 향할 전망이다. 이날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재 구축의 향배를 판가름할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싱가포르가 낙점되면서 2018년 5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판문점과 인천 송도 등 다른 유력 개최지를 제치고 제3국인 싱가포르가 선정된 배경은 이 나라가 정치적으로 중립국적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1966년 싱가포르와 수교를 맺은 미국은 현지에 3만여명의 자국민이 살고 있으며, 4,200여개의 자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과도 우호적인 관계에 있다. 북한이 대사관을 운영하는 47개 국가 중 한 곳이 싱가포르로 1975년 정식 수교를 맺었다.

날짜와 개최 국가까지 확정되면서 이제 관심은 회담 장소에 쏠리고 있다. 서로를 향해 ‘악의 축’, ‘핵 버튼’ 등 적대적 언행을 서슴지 않아왔던 두 국가 정상들의 첫 만남이 성사될 영광의 장소는 아직 베일에 가려진 상황. 행여나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양국이 철저히 비밀에 부치면서, 세계 각국의 언론을 통해서만 유력 후보지 몇 곳이 떠오르고 있다.

현재 역사의 장소로 남게 될 영광을 안을 명소는 3곳으로 압축되고 있다. ‘호텔’ 두 곳과 ‘궁’ 한 곳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호텔체인 ‘샹그릴라호텔’과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랜드마크 ‘마리나베이 샌즈’ 그리고 싱가포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궁’이 한 달 뒤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유력 후보다.

샹그릴라 호텔은 각종 국제회의가 열린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의 역사적 첫 정상회담이 열린 장소라 이번 회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또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음달 1~3일까지는 아태 지역 최대 안보회의인 ‘아시아 안보회의’가 열리는 데, 이와 관련 홍콩의 유력 일간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1일 “미국 비밀경호국이 이 기간을 활용해 호텔에 익숙해지기 위해 숙박할 것”이라 보도해 그 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 ‘마리나베이’ 랜드마크 넘어 역사적 공간으로 등극하나

마리나베이 샌즈도 유력한 회담 개최 장소로 거론되다. 이 호텔은 혼잡한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 경호가 쉽지 않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이라는 상징성과 트럼프 대통령의 후원자 중 한 명인 셸던 애덜스 샌즈그룹 회장이 운영한다는 점에서 후보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한국과 각별한 인연이 있어 국내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3개의 초고층 건물에 배 모양의 옥상 구조물을 씌운 이 호텔을 시공한 곳은 국내의 중견건설사인 쌍용건설. 이 호텔에서 북미 정상의 역사적 첫 만남이 성사될 경우, 쌍용건설은 이번 회담에 얽힌 스토리와 함께 회사 이름과 시공 능력이 전 세계에 소개되면서 홍보효과 등을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관련 뉴스를 보면서 마리나베이 샌즈에서 회담이 개최됐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다”면서 “실제 회담이 이곳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최고의 PR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에서 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보안이나 의전 등에 있어 사설 기관인 호텔보다 수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이번 정상회담이 숙박 없이 하루 일정으로 계획됐다는 점도 이스타나궁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이스타나궁은 1965년 말라야 연방에서 독립한 후 대통령 관저 겸 총리 집무실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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