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국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을 모두 포기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상반된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14일 북한이 핵을 끝내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더 나아가 결국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리라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에서 첫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0일 노동당 전원위에서 핵을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과 후손들의 존엄 높고 행복한 생활을 누릴 확고한 담보라고 정의를 내렸다"라며 "창과 방패라는 표현인데, 핵을 다 내려놓을 거면 왜 이렇게 정리했겠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판문점 선언을 보면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가 아니라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라고 했다"라며 "한국이 할 일은 미국으로부터의 핵자산, 핵무기 전개 중지, 핵불사용 담보를 받자는 것으로 북핵폐기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꼬집었다.

태 전 공사는 "미국이 주장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개념을 그대로 도입하면 북한의 전지전능한 수령 앞에서 시스템을 뒤져보는 것"이라며 "북한은 현재 권력구조의 가장 핵심 사안을 건드리는, 체제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CVID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는 결국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망명한 태 전 공사는 우리 사회의 최고 북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지난 1997년 탈북한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이후로 사실상 김 위원장과 권력 핵심층에 대해 면밀히 잘 알고 있는 최고 고위관계자이기도 하다.

태 전 공사는 저서를 통해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중국 외교부장 리조성과 북한 외무차관 강석주가 나눈 대화를 내세웠다.

태 전 공사가 밝힌 북한 외무성 회담기록문에 따르면 강석주는 핵개발을 중지하라는 리조성의 제안에 "조선반도 비핵화란 우리만의 비핵화가 아니라 남조선까지 포함한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뜻한다"며 "미국은 조선반도에서 핵전쟁 훈련을 계속하고 있고, 언제라도 핵무기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조선반도는 결코 비핵화되지 않는다. 오직 우리의 핵으로 미국의 핵을 몰아내고 미국으로부터 핵 불사용 담보를 받아낼 때만이 가능하다"며 "수령님의 조선반도 비핵화 사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중국이 조선과 미국의 관계를 중재해주기 바란다"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언급을 전했다.

태 전 공사는 이와 관련, "강석주가 사용한 이 논리는 이후 북한의 일관된 핵 논리이기도 하다"며 "북한이 다른 것은 몰라도 핵 문제만큼은 결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절감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북한군의 실상에 대해 알고 있는 탈북인사 상당수는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인민군 장교 출신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도 지난 4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는 오직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말만 있는데 이는 남조선에서 핵무기와 함께 미군이 물러가는 것을 말한다"라며 "나도 북한에서 그렇게 교육받았고, 군대에서는 내가 그렇게 가르쳤다. 인민군의 학습제강(교본)에도 그렇게 명시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태 전 공사는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신뢰도 및 호감도가 급격하게 오른 것은 김 위원장 쇼맨십의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남북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악마같은 존재로 표현됐다"라며 "정상회담서 쇼맨십 하루하니 김정은에 대한 신뢰도가 78%까지 오르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어릴 때부터 스위스에서 자라면서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에 상당히 숙련된 상황이다.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쇼맨십을 상당히 잘한다"라며 "핵실험장 폐기, 미북회담, 외신초청 등 사람들 시야에서 착각을 일으키는데 능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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