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서거 9주기에 즈음하여

필자 우원조▲17대 국회의원 정책비서관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19대 전반기 국회부의장 연설비서관 ▲부산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필자 우원조▲17대 국회의원 정책비서관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19대 전반기 국회부의장 연설비서관 ▲부산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꽃이 지고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잎맥의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가 되어 살아온다.”

이해인 수녀의 詩 <잎사귀 명상>중 한 구절이다. 시인의 말처럼, 꽃이 진 후에야 많은 사람들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된다. 누군가 내 곁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온다. 그제야, 가슴을 치고 아파한다.

9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삶의 꽃을 꺾었을 때... 봉하마을이, 국민이, 하염없이 울었다. 그렇게, ‘바보 노무현’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그가 왜 평생을 ‘국민통합’의 길만을 고집했는지도 돌아보게 되었다.

노무현의 정치는 ‘국민통합’에서 시작됐다. 마지막까지 그가 추구했던 가치와 목표도 ‘국민통합’이었다. 그는 <회고록 「성공과 좌절」>에서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지역주의와의 싸움과 기회주의와의 싸움. 이것이 정치를 하는 동안 저에게 주어진 두 개의 큰 싸움입니다. 저는 원칙에는 매우 까다롭게 매달리지만 통합을 위해서라면 어떤 다른 가치도 희생할 수 있는 정치를 해왔습니다”라고.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떤가? 아이러니하게도 진보와 보수의 성향적 분열은 참여정부 이후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보여지는 정치성향에 대한 논쟁은, 동서분열 이상으로 극단적이고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 건전한 토론으로써의 행태라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겠으나, 비난과 원망, 야유와 욕설, 혹은 근거 없는 비방이나 유언비어까지 동원되어 상상을 초월한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다.

문재인 정부 1년. 정부는 권력형 적폐청산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쉴 새 없이 전 정권의 비리들을 들춰내고, 권력기관과 각 부처는 내부 비리를 조사해 사법당국에 넘기고 있다.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은 감옥에 있다. “누적된 폐단을 깨끗이 씻어버리겠다”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낡고 썩은 기둥을 뽑아내고 새로운 기둥을 세우겠다”는 적폐청산. 그래,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 청산보단’, ‘반적폐 제도마련’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제도가 바뀌지 않도록 사회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정착시키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의 분열이 아닌,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노무현 이 남긴 절절한 이 한마디가, 이후 지속적으로 서로 주고받게 될, 원한의 칼날을 돌리는 울림이 되길 바란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봄이 가면 꽃이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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