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들이 실적과 재무건전성 개선을 바탕으로 신용평가 기관들로부터 신용등급 상향을 끌어내고 있다. <각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일부 중견건설사들이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혼돈에 빠진 부동산 시장에서 독야청청하고 있다. 무리하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보다는 ‘잘 하는 것’에 집중해 실적과 재무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는 것. 대기업 계열 건설사 못지않은 시공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호반건설과 반도건설 그리고 서희건설이 그 주인공이다.

◇ 호반, 재무건전성 ‘발군’… 신용등급 ‘A’로 업그레이드

호반건설은 대형건설사들도 쉽게 넘보지 못할 발군의 재무건전성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고작 26%.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며 주택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10대 건설사 중 적잖은 곳이 300%에 가까운 부채비율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호반건설의 재무력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지불능력도 시장 기준치를 크게 웃돈다. 단기 지급여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200% 이상일 경우 경영상태가 양호하다고 평가하는데, 호반건설의 지난해 유동비율은 412%를 달리고 있다. 비록 무려 886%에 달했던 지난 2015년에 비해 절반가량 감소한 수치기는 하지만, 여전히 재무안전성을 인정받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이뿐만이 아니다. 꾸준히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조3,104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2년 연속 매출 증대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두 자릿수씩 늘어남에 따라 2,000억 영업흑자를 목전에 두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이미 2,044억원의 고지를 밟았다.

이처럼 탄탄한 내실 경영을 이어온 덕분에 신용평가 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 상향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국내 4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한 곳인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3일 호반건설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상향했다. 한신평은 “계열사 전반적으로 재무저력이 제고되면서 계열 관련 재무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다는 점을 신용등급 상향의 핵심 이유로 꼽았다.

아파트 브랜드 ‘유보라’로 유명한 반도건설의 선전도 이에 못지 않다. 2016년 168%로 양호한 수준이던 부채비율을 1년 만에 107%p 낮추는 저력을 보였다. 반대로 같은 기간 유동비율(304%)은 103%p 늘려 여유롭게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실적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6년 사상 첫 매출 1조원의 벽을 넘은 반도건설은 단숨에 2조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45% 증가한 1조9,30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역대 최대인 3,530억원과 3,607억원을 기록했다.

◇ 매출 2조 시대 앞둔 ‘반도’, 수익성 껑충 뛴 ‘서희’

그 결과 반도건설 역시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기존 ‘BBB’에서 ‘BBB+’로 한 단계 신용등급 상향 판정을 받았다. 24일 이 신용평가사는 “우수한 분양실적을 바탕으로 재무안전성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회사의 주택사업 관리능력을 감안할 때 분양 및 입주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은 낮은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서희건설의 활약도 눈에 띈다. 2013년 316%에 이르던 부채비율을 4년 연속 줄여나가 100%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199%. 같은 기간 유동비율(128%)도 꾸준히 증가해 유동성이 확충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인 일이다.

수익성 개선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총 매출액은 비록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1조333억원을 달성했지만, 영업흑자(881억)와 순이익(311억)은 증가해 실속을 차렸다. 수익성이 악화됐던 2015년과 비교했을 때는 영업이익률(8.5%)과 순이익률(3%)이 각각 5.3%p와 1.6%p씩 증가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서희건설 역시 앞서 두 회사와 마찬가지로 지난 4월 한신평으로부터 신용등급 상향을 끌어냈다. 기존 ‘BB+’에서 ‘BBB-’로 한 단계 상승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리스크가 많다는 인식을 받아온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서희가 안정적으로 끌어온 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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