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과 캐나다, 멕시코에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지구 북반구, 대서양을 둘러싸듯 위치한 세 나라와 하나의 국가연합은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16년 기준 미국은 전체 수출실적의 약 48%를 캐나다‧멕시코‧유럽연합에서 올렸다. 미국이 이들 국가로부터 물건을 수입하기 위해 사용하는 돈은 그보다도 많다.

트럼프 행정부는 5월 31일(현지시각) 유럽연합과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유예기간(4월 22일 발표)이 끝났음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총 무역규모가 1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세 국가는 미국행 철강제품에 25%, 알루미늄제품에 10%의 관세를 물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자동차산업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 유럽연합·캐나다·멕시코, “보복관세 실행할 것”

CNN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미국은 유럽연합으로 5,010억달러치 상품을 수출했고, 5,930억달러치 상품을 사들였다.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상하게 할 정도의 무역적자는 된다. 한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개정 협상을 진행 중인 멕시코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흑자를 올리는 국가며, 단일국가 기준으로는 중국에 이어 가장 무역규모가 큰 캐나다도 매년 미국에서 백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내고 있다.

백악관이 관세부과계획을 발표하자 유럽연합과 캐나다, 멕시코의 정책담당자들은 잇따라 수십억달러 규모의 맞불관세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이미 몇 달 전부터 백악관이 압박수위를 높여왔던 만큼 반응도 빨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장 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미국은 우리에게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처리절차와 중요 수출품들에 관세를 부과하는 선택지밖에 남겨두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미국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관세를 부과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대해선 “단순한 보호무역주의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유럽연합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75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준비하는 중이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며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지난 목요일(현지시각) 캐나다의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외무장관은 약 128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 계획을 발표했으며, 제재품목에는 미국이 ‘탄환’으로 사용한 철강과 알루미늄도 포함됐다. 한편 멕시코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더해 미국의 공화당 지지층이 주로 종사하는 식품업계(돼지고기·사과·포도·치즈 등)를 겨냥할 것으로 알려졌다.

◇ 동맹국도 사선 오른 무차별관세에 ‘안보’ 흔들리나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두 국가의 경제력 때문에 이목을 집중시켰다면, 이번엔 그 대상이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이라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CNBC는 동맹국들에 대한 관세가 미국의 안보를 흔들 수 있다고 밝혔다. 관세가 단순한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정치적 변화도 야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스티븐 비들 국방정책분야 부선임연구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국방전략의 대전제는 미국의 적이 갖지 못한 부유하고 강한 동맹국들과 협력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무역전쟁으로 끌고 가려는 나라들이 바로 그 ‘부유하고 강한 동맹국들’이다”고 지적했다. 미국 항공우주산업협회에서 국제문제를 담당하는 레미 나탄 부회장 또한 “무역과 안보는 모두 정치적인 것이며, 둘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무역은 무역, 안보는 안보’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CNBC가 공개한 국방부의 문서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불공정무역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손상시킨다는 상무부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관세조치가 미국의 중요 동맹국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는 우려를 표하며 “우리가 부과할 관세율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한도보다는 더 우호적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관세부과계획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지금, 펜타곤은 중립을 지키고 있다. 국방부의 다나 화이트 수석대변인은 목요일 “아직 정책에 대한 평가를 진행 중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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