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과 유럽연합 대표들이 내일부터 캐나다 라 멜라에서 정상회담을 가진다. 사진은 6일(현지시각) 캐나다에 도착해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만난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44번째 G7 정상회담이 오는 8일(현지시각)부터 9일까지 캐나다에서 열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호스트 역할을 맡으며, 대통령 두 명(미국‧프랑스)과 총리 네 명(영국‧일본‧독일‧이탈리아)이 회담을 위해 퀘벡 주의 소도시 라 멜라를 찾는다. 여기에 유럽연합의 도날트 투스크 상임의장과 장 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도 G7 정상회담에 참석한다.

◇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에 무게… 압박수위에 주목

5일 앞으로 다가온 북미정상회담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 정치계에서도 중요한 의제다. 미국이 대북대화에 앞장선 만큼, G7 공동성명에도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동안 대북강경전략을 대표하는 용어였던 ‘최대한의 압박’이 G7 공동성명에서 빠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금요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더 이상 ‘최대한의 압박’이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고 발언한 것을 인용하며 대북제재의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을 견제할 필요성이 있는 일본은 압박수위를 유지할 것을 요구할 듯하며,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대화 무드에 동참할지도 미지수다. G7은 작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비판한 바 있다.

◇ ‘관세 매치’ 방어전 펼치는 트럼프

큰 틀에서의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져있는 북한 문제와 달리, 경제 분야에서는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이번 회담에 참석하는 9명의 대표자들 중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8명 전원이 미국의 관세정책에 피해를 입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히 미국을 제외한 6개 국가의 수장들과 유럽연합 대표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는 1대8 구도가 형성됐다.

유럽의 리더들은 이미 수차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특별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동성명에 사인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경고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으며, 그가 말한 ‘진전’에는 이란 핵 협정과 파리기후변화협약과 함께 관세 문제가 포함돼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장 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미국의 통상정책에 가장 강하게 반대해온 인물이며, 유럽연합이 오는 7월부터 미국에 부과할 보복관세를 주도한 내력도 있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캐나다와의 관계도 다시 봉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개정 문제로 수차례 얼굴을 맞대온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모욕적’이라고 표현하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CNN은 6일(현지시각) 관계자의 발언을 바탕으로 두 정상이 이미 전화로 한 차례 신경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관세가 어떻게 ‘국가의 이익’을 위한 것이냐”고 압박하는 트뤼도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네들이 백악관을 불태우지 않았느냐”고 맞받아친 것이다. 미국이 영국 및 캐나다와 전쟁을 벌이던 1814년, 영국‧캐나다 군대는 백악관을 불태웠으며 이는 미국의 역사에서 백악관이 적군에게 함락된 유일한 사건으로 남아있다. 전임자인 오바마 대통령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앞에서 같은 사건을 유머의 소재로 활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ABC뉴스는 5일(현지시각)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캐나다를 철강‧알루미늄 관세부과 대상국에서 제외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무역 갈등 완화 가능성이 제시되자 당일 다우존스지수도 소폭 상승했다. 다만 캐나다가 관세를 면제받는다 하더라도 유럽연합 국가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G7 정상회담에서 관세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증시가 어떻게 다시 요동칠지는 미지수다.

◇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가능성은 희박

세계 선진국들이 에너지발전구조를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옮겨가고 있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1일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하며 독자노선을 선택했다. 그동안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국 정상들이 미국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다시 가입시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뿐 아니라 환경 분야에서도 집중포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제환경문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으며 목소리를 내온 프랑스와 독일의 압박이 거세다.

독일 언론사 도이체빌레(DW)는 지난 4일(현지시각)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를 비롯한 288개 투자기업들이 G7국가들에게 석탄발전규모를 줄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축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선 아직 각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내용의 이 성명에는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 외에도 아비바 인베스터‧DWS‧HSBC 글로벌 에셋 매니지먼트 등 유명 기업들이 다수 동참했으며, 이들의 자산을 모두 합하면 26조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석유‧석탄산업계에 보내고 있는 애정을 고려해보면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1,179마일짜리 송유관을 건설하는 ‘키스톤 XL 프로젝트’에 허가를 내줬으며, 석탄기업의 경영적자로 인한 발전소 폐쇄를 막기 위해 대규모 지원책을 준비하다가 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