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임원들이 가시방석이다. 연말 다가온 임원인사 때문이다. 장기간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대규모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9일, 10대그룹 중  가장 먼저 연말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한 LG그룹은 올해 처음 고졸 출신을 사장에 앉히고, 공채 출신 여성 전무를 탄생시키면서 성별과 학벌, 연령을 초월한 ‘성과주의’ 인사를 감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LG그룹은 보수적인 인사로 유명했던 그룹이다.

이번 LG그룹의 임원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조성진 세탁기 사업부장(부사장). 그는 1976년 고졸사원으로 입사해 35년 넘게 세탁기 사업분야에 매진한 인물로, 이번에 사장자리에 올랐다. LG전자에서 고졸출신의 사장이 나온 것은 54년 만의 일로, 전자업계 초유의 인사다.

또, LG그룹은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을 '전무'로 승진시키는 파격 인사도 단행했다,

LG생활건강은 이날 섬유유연제 시장서 공로를 인정받은 이정애 생활용품사업부장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고, 자연주의 이미지를 더페이스샵에 덧씌우는데 성공한 김희선 마케팅부문장을 상무로 신규 선임했다.

LG화학에선 30대 최연소 임원이 등장했다.

업계에선 LG그룹의 이번 '파격인사'의 배경으로 '성과주의'를 꼽고 있다.

실제 구 회장은 지난 9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그룹 본사에서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는 경영진은 철저히 실적으로 평가하겠다”고 자리한 300여명의 임원들에게 경고한 바 있다.
 
10대그룹 중 LG를 제외한 나머지 그룹은 현재까지 연말 인사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의 재계 분위기로 짐작컨대 상당수 임원들이 승진 폭을 제한되거나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연말 인사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고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북미에서 연비오류 과장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행보도 주목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올 초 현대제철 사내이사를 겸임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에서 또 다른 계열사로 경영보폭을 넓힐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장기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조선업체는 극심한 실적악화로 연말 임원인사에 가장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경제불황과 실적난을 타개하기 위해 창사 이래 최초로 희망퇴직까지 감행하고 있는 상태다. 당초 희망퇴직자 2,300여명을 목표했지만, 현재 신청자가 100여명으로 불과해 이달 말로 예고돼 있는 연말인사서 대대적인 문책성 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포스코는 정기임원인사가 내년 2~3월께로 예정돼 있어 연말인사는 해당사항이 없다.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다.

다만 포스코의 경우 올 연말부터 대대적인 인력슬림화 작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포스코는 철강산업 불황으로 신용등급이 연이어 강등된 상태다.

롯데의 경우 내년 2월 정기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지만 유통업계의 유례없는 불황 속에서 조용한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오너 리스크가 발생한 기업들언 인사시기와 규모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단 SK그룹은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1심판결을 앞두고 있어 정기인사를 연내에 처리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승연 회장의 항소심이 진행중인 한화그룹 역시 어떠한 계획도 짜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재계에서는 재벌 2~4세의 승진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린 10대그룹 자제들은 삼성그룹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서현 제일기획/제일모직 부사장, 한진그룹의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와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 GS그룹의 허세홍 GS칼텍스 전무와 허준홍 부장, 허용수 GS 전무 등이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 두 사람 모두 올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줬기에 실적면에서 승진여부는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이 사장이 국내외를 돌며 사업을 진두지휘한 점, 이 부사장의 제일기획이 올해 칸 광고제서 본상을 수상한 점 등이 부회장, 사장 승진으로 귀결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한진가 3세들도 이번 연말인사서 사장단으로 직함 변경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GS그룹 창업주의 4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전무와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 허준홍 부장이 각각 부사장, 상무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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