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세 번째 북중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이 19일 항공편을 이용해 중국을 방문했다. 2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리설주 여사와 함께 오전 9시 평양공항을 출발했고, 최룡해 정치국 상무위원, 박봉주 상무위원, 리수용 부위원장, 김영철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 최고위층 인사들도 동행했다.

베이징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오후 5시 경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환영행사에 이어 핵심인사들이 배석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지난 3월 말 첫 정상회담 이후 세 번째다. 이번 정상회담은 극비리에 이뤄졌던 앞서의 회담과 달리 방중 즉시 보도하는 등 공개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 청와대, 비핵화 흐름 ‘안전판’ 역할 기대

양측이 공개한 회담내용을 살펴보면 ‘북중 정상회담에 대한 공유 및 평가’ ‘북중 공조’ ‘공동 관심사에 대한 의견교환’ 등으로 요약된다.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북측의 입장과 결심을 적극 지지한다”며 “관련국이 힘을 합쳐 한반도 평화 과정을 추진하길 바란다. 중국도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북중 두 나라 관계가 전통적 관계를 초월해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북중 친선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승화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한국을 방문했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모습. 폼페이오 장관은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방중은 다양한 함의가 있다. 비핵화 협상에서 배제돼 있는 중국을 달래는 한편, 북미 비핵화 협상 전 최종조율 차원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침으로써 북한은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을 각각 앞두고 중국을 방문해 사전 조율작업을 했다. 이번 중국방문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에 대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핵화라는 큰 흐름에 중국이 동참함으로써 협상이 결렬되지 않도록 ‘안전판’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북중정상회담은 사전에 양측으로부터 언질을 받았다고 한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북중정상회담이 비핵화에 한 걸음 더 진전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특히 중국이 비핵화를 안정적으로 완성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북중 친선관계 과시’ 속내는 대북제재 완화

주의깊게 살펴야 할 대목은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에 보내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다. 김 위원장은 남북회담과 북미회담 전 중국을 방문해 주요의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서는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보였고, 북미정상회담 전에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언급했다. 이번 방중에서는 여느 때보다 더욱 북중혈맹관계를 강조했는데, 이는 대북제재 해제 및 경제협력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한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 대해 미국이 체제안전보장을 제공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그 사이 중국이 나름대로 제재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이나 협력에 여유공간을 만들어주는 등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이 대북제재 해제에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중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하는데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의사를 드러냈다. 19일(현지시각)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북한 정부와 계속 연락하고 있다”며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과 합의를 이행하길 기대한다”고 압박했다.

중국을 향해서는 “시진핑 주석과 중국 정부가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나오도록 도와준 것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중국정부가 미국과 세계의 대북 최대 압박 기조를 계속 지지해주길 바란다”고 대북제재 완화 기류에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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