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어디로 가야 하나' 제3당 활로 모색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조배숙 대표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민주평화당이 당의 활로를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평화당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론은 “향후 정치세력으로서 생존이 어려운 길”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민주당과 정치적 색깔이 비슷한 평화당이 문재인 정부와 적극 협치하는 방향으로 ‘좋은 야당’이 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평화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5명, 광역지역의원 1명, 기초지역의원 46명, 광역비례의원 2명, 기초비례의원 3명을 당선시키는 성적을 거뒀다. ‘올인’했던 호남지역 광역단체장을 당선시키지 못한 것은 뼈아픈 부분이지만, 나름대로 정당이 존립할 수 있는 조직적·지역적 기반은 마련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조배숙 평화당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어디로 가야 하나’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창당한 지 4개월 만에 치른 전국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장 5석을 획득함으로써 당이 생존할 수 있는 근거는 남겼다”며 “당의 뿌리인 호남에서 비록 유권자들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두고 보겠다’는 냉정한 유보는 받아냈다.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 유보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당이 도약할 수도 기반까지 없앨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평가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평화당이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과는 다른 야당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일제히 조언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평화당의 존재는 우리 정치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면서도 견제세력으로 신뢰할만한 좋은 야당이 없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미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 야당으로 평가받고 있다. 야당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은 분명히 있다”고 분석했다.

유 평론가는 현 상황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카드를 꺼내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카드라고 봤다. 그는 “정치적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현재의 환경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법이다.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이 연정 가능성조차 0%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청와대 또한 굳이 연정까지 할 필요를 절감하지 않는 상태에서 당분간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 평론가는 그러면서 “(민주당과의 통합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더라도 선거에서 패하고 나니까 할 수 없이 민주당으로 돌아가려 하는 모습으로 비쳐져, 향후 정치세력으로서 생존이 어려운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권오성 정치학박사도 “혹자들은 외부당과의 연합론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민주평화당 창당의 내용과 현실적인 당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합당이니 하는 것보다는 정체성확립과 실력구축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현재 한국정치는 탈권위주의 탈반공정치의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평화당의 진로도 그 틀에 맞추되 당의 사정과 현실에 따라 정해질 것이지만 크게 보아 ▲탈권위주의 개혁정당 ▲당원의 자율결정권이 강화된 정당 ▲제도개혁 중심 정당 세 가지로 압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평화당은 이날 국회에서 6·13 지방선거 낙선자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당 민주평화유세단장을 맡았던 유성엽 의원은 “너무 고생했고 아프지만 오늘 이 자리는 그런 각오나 결의를 다지는 계기였으면 좋겠다”며 “지금부터 다시 뛰어야 한다. 아무리 쓰나미 광풍이 불어도 이겨낼 수 있다는 각오로 움직이면 4년 후에는 전부 당선의 영광을 안고 평화당이 살아나서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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