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우원조
▲17대 국회의원 정책비서관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19대 전반기 국회부의장 연설비서관 ▲부산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내렸다. 낯선 땅이지만, 그리 낯설지 않은 기분, 두 번째여서 일수도 있겠지만, 그것과 또 다른 친근감 같은 것이 밀려왔다.

부산에서 바로 가는 블라디보스토크 편은, 늦은 밤, 러시아 국영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 밖에 없었다. 그래도 인천 공항에서 가는 것보단, 출발해서 도착하는데 까지 거의 한 시간정도 단축되었다. 부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시간 40분밖에 걸리지 않다니, 정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간부터 블라디보스토크 탐방에 나섰다. 지난 1월의 추위는 어느새 사라지고, 6월 초여름의 블라디보스토크는 거리마다 생기가 돌았다. 동쪽 맞은편 연안에 위치한 항구 뒤쪽으로는 고층아파트 건축이 한창이었고, 군항 겸 조선소가 있는 오른쪽 남쪽 기슭에는 대형 크레인이 우뚝 서있었다.

해안을 넘어 도착한 시내 곳곳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한국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꿀을 판매하는 곳에는 모두가 한국인들이었고, 킹크랩을 파는 곳에서는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려왔다. 최근에 부쩍 한국인들이 블라디보스토크를 많이 찾는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사진=우원조>

다시 찾은 블라디보스토크는 세계의 변화에 발맞추는 듯,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한창이었고, 꿈틀거리는 에너지가 어딘가 깊숙한 곳에서부터 끌어 오르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동안 우리에게 러시아는 그리 가까운 나라가 아니었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러시아는 미국, 중국, 일본 다음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다양하게 접근하고 활동범위를 확장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50년 전 러시아 남진정책의 기지였던 블라디보스토크를, 이제는 역으로 한국의 경제적 북진정책의 전진기지로 만들어 가기위한 역동적인 움직임이 움트고 있다.

가깝지만 멀게 만 느껴졌던 블라디보스토크.
이제, 바다를 건너, 이념을 넘어, 문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때다.

러시아의 정치인 ‘고르바쵸프’의 말이 귀에 맴돈다.

“작은 씨앗부터 심어 보라. 나는 수확의 때를 보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내가 뿌릴 수 있는 만큼의 씨앗을 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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