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2등에도 역할론과는 거리… '3등' 안 "실패, 완전 마지막 아니다"

서울시장 후보자 방송토론회가 서울시 선관위 주최로 6월 7일 밤 KBS에서 열린 가운데 토론회에 앞서 김문수(오른쪽) 자유한국당,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6·13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김문수 전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각기 다른 행보를 예고했다. 김 전 후보는 한국당 내에서 자신의 역할론에 대해 거리를 둔 반면, 안 전 후보는 재등판을 암시하면서다.

야권 후보인 두 사람은 박원순 시장에게 큰 표차로 모두 졌다. 특히 안 전 후보를 비롯한 바른미래당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고군분투'한 김 전 후보에게 밀려 3위로 주저앉으면서 정치적 치명상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안 전 후보가 약 보름 만에 재기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자신을 향한 '정계은퇴설'을 일축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안 전 후보는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당직자들과의 오찬에서 윈스턴 처칠의 말을 인용, "성공이 끝이 아니다. 그렇다고 실패가 완전히 마지막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 일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실패해도 원래 그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초심을 다시 생각해보고 그 일을 다시 계속하려는 용기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또한 "성공이든 실패든 계속 용기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매년 열심히 노력한 상황인데도 여러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용기 잃지 말고 초심을 향해 뛰어갈 때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안 전 후보는 이같은 발언에 대해 당직자들을 격려하는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안 전 후보가 정치 활동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란 관측들이 제기된다. 가깝게는 오는 8월로 예정된 차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에 재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안 전 후보는 지난해에도 5월 대선 패배 후 8·27 전당대회에 출마, 당대표로 정치 일선에 복귀한 바 있다.

안 전 후보는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 "미처 생각을 정리할 시간적인 여유를 못 가졌다"라며 "추후에 정리되면 한 번 기회를 가지겠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반면 김문수 전 한국당 후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 그라운드제로' 자유포럼 토론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역할론'에 대해 "기회가 있으면 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나에게 제안된) 기회가 없다. 떨어진 사람이라서"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당 비대위원장직에 대해서는 "그런데는 관심 없다"고 일축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국당은 '친박-비박' 등으로 갈려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계파 간 감정의 골이 워낙 깊어 이를 해결할 참신하고 중량감 있는 인재가 필요한데, '인물난'마저 겪고 있다. 그나마 '자격있는' 인물이라면 이번 선거에서 나름 선전한 후보들일 텐데, 이들은 정치 일선 복귀에 대체로 부정적인 분위기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식당에서 사무처 당직자들과 오찬을 위해 입장,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2등과 3등의 엇갈린 행보… 당내 입지 차이?

두 전직 후보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당내 입지 차이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안철수 전 후보는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제3당에 오른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바른미래당 출범에서도 주역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며 계파갈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안 전 후보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나 바른미래당 워크숍 발제자로 나선 이종훈 정치평론가 등 외부인사들은 안 전 후보의 '정계은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내에서 이를 '2선 후퇴' 수준으로 완화하고 있는 것도 추후 안 전 후보의 재등판을 추진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김태일 전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은 전날 토론회에서 "안 전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처절한 부활의 서사를 위한 제의에 바쳐진 제물이었다. 우리 모두가 써야 할 '부활의 서사'의 한 부분으로 안 전 후보를 자리매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철근 전 대변인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의 정치는 거대 양당 기득권정치 극복을 위한 '헌신과 도전'의 정치이자 오뚝이 정치"라며 "지선 패배로 안 전 후보의 '헌신과 도전'이 잠시 주춤할 수는 있지만, 거대 기득권 정치체제의 극복을 위한 정치는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아무도 나서지 않았던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에 홀로 나서 당의 지원도 거의 받지 못하고 2등을 기록했지만 김문수 전 후보의 당내 입지는 녹록지 않다. 지난 대선과 같은 흐름이라면 홍준표 당시 대선후보가 당대표로 출마했던 것처럼 차기 당권을 노릴 만도 한데, 막상 그를 찾는 당내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정치권 관계자는 "홍준표 전 대표가 작년 초·재선이나 비박계 등의 지지를 받았던 것과는 달리 김문수 전 후보는 당내 세력 형성이 잘 되지 않은 상태"라며 "그러다보니 선거에서 나름 성과를 올렸어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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