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보수 그라운드 제로’ 자유포럼 연속 토론회에서 심재철 의원이 김문수 전 서울시장 후보를 소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야권의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정치권에서는 보수 성향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통합론이 지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정부여당의 초강세 속에서 무너진 보수진영이 회생하기 위해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도 거론된 당대당 통합이 이뤄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바른미래당 내에서 합당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차례 피력한 바 있는데다, 설령 통합해도 실제 효과를 볼 수 있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27일 국회에서 심재철 한국당 의원 주최로 열린 '보수 그라운드 제로 토론회'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선 해체-후 단계적 통합'의 단계를 거쳐 보수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두 보수 정당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보수 적통 논쟁은 무의미하다"라며 "한가하게 '진짜 보수다, 가짜 보수다', '수구 보수다, 개혁 보수다'라고 논쟁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보수진영에 놓여있는 길로는 '각자도생', '소통합', '대통합'이 있는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각자도생의 길로 가고 있다"며 "각자도생의 길로 가면 보수에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보수가 지향할 가치로는 책임, 포용적 성장, 건강한 복지, 똑똑한 평화, 서민적 보수를 내세워야 한다"라며 "진보가 지향하는 가치를 배격하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시각에서 포용하고 배려하는 전략적 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종섭 한국당 의원도 "제일 손쉬운 방법은 (한국당 의원들이) 전원 탈당을 하고 헤쳐모이는 것"이라며 "일차적으로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탈당해 외부 시민단체에서 '좋은 피'를 수혈해 당을 만드는 대통합 방식이 유리하다"고 제안했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의총에 참석한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동료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바른미래당 "한국당과 통합? 시나리오에 불과"

하지만 통합의 또 다른 주체로 거론되는 바른미래당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 바른미래당은 6·13 선거 국면에서도 '제1야당 교체'를 내세우며 한국당과 각을 세웠다. 선거 참패 이후 새로 들어온 지도부는 이같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김관영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21대 총선 전 한국당-바른미래당의 통합론'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는 분들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김 원내대표는 "아마 한국당에 계신 분들, 본인들이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는데 (통합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며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 자체가 어렵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서, 통합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하고 4달이 지났다"며 "당초 구현하고자 한 새정치의 모습들을 제대로 구현해낸다면, 상당한 자강이 일어나고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독자노선을 예고했다.

합당 형태를 제외한다면, 그나마 생각할 수 있는 '보수통합'의 형태로는 바른미래당 내부에 보수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인사들이 탈당하고 외부의 '빅텐트'에 합류하는 방안이 있다.

바른미래당 내에 잠재된 이념 정체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개혁적 보수'를 내세우는 유승민 전 공동대표를 비롯한 인사들 일부가 탈당하는 형태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시기는 이르면 오는 8월 차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전 대표의 두문불출한 행보도 여러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 전 대표는 "성찰의 시간을 보내겠다"며 대표직을 내려놓은 이후 워크숍이나 의원총회 등 당내 행사에 대부분 불참하고 있다. 그나마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총에도 투표 직전 나타나 바로 돌아가기도 했다. 근황이나 이념 정체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드릴 말씀 없다"라고 말을 극도로 아꼈다.

설령 통합한다고 해도 실제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은 경험도 보수대통합을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통합 전 국민의당이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통합신당의 지지율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높고, 한국당을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통합 직후 10%대였다가 계속 하락해 5~6%대의 지지율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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