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최근 한국맥도날드(이하 맥도날드)가 ‘주방’ 공개 행사를 진행했다. 전국 300여개 맥도날드 매장의 고객들을 초청, 주방의 냉장고와 식재료 등을 공개하고 햄버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줬다고 한다.

영업시간 중에 외부인을 주방으로 불러들인다는 것 자체는 대단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음식을 조리하고 식재료 보관 상태를 보여준다는 것 역시 외식기업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맥도날드의 주방공개 행사는 왠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맥도날드는 식재료 문제로 인해 ‘햄버거병(요독성증후군)’ 사건에 휘말린 바 있다. 검찰은 햄버거 패티를 납품하는 업체만 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맥도날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염된 쇠고기 패티를 납품받으면서도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의 수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없어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맥도날드에 햄버거 패티를 납품한 회사(맥키코리아)가 장출혈성대장균(O-157)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패티를 무려 1년 넘게 만들어 왔다. 63톤(시가 4억5,000만원 상당)을 맥도날드에 납품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외에도 2016년 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시가독소 유전자가 검출된 쇠고기 패티를 무려 2,160만톤(시가 154억원 상당)이나 판매했다고 전해진다. 시가독소 유전자는 병원성 미생물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표다. 그런데도 이 패티는 폐기처분 되지 않았다. 맥도날드는 이를 가지고 햄버거를 만들어왔다. 오염이 의심되는 먹거리가 유통됐는데도 맥도날드는 “우린 몰랐다” “납품업체의 잘못이다”라고 주장했다.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햄버거 패티 등의 병원성 미생물 오염에 대한 한국맥도날드의 자체적인 검사 절차 없이 납품받고, 제조업체에 대한 식품안전 관리도 외부 대행업체에 용역을 주는 등 (맥도날드는) 판매로 인한 이득은 취하면서 식품안전과 관련된 책임은 납품업체에 부담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사장은 햄버거병 사태 이후 ‘식품안전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그 중엔 ‘고객초청 주방공개 행사’가 포함됐다. 하지만 햄버거 패티 등의 병원성 미생물 오염에 대한 한국맥도날드의 자체적인 검사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식품안전’에 대한 맥도날드의 의지가 결국 ‘보여주기 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맥도날드는 ‘엄격한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해썹, ISO 9001, FSSC 22000 등 국내외 품질관리 인증을 받은 원재료만 납품 받는 등 식품안전 검사를 통과한 업체의 식자재를 공급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맥도날드가 강조한 ‘깐깐한 검수’는 대부분 ‘서류’에 의존한 것들이다. ‘미생물 안전성 검사’는 여전히 납품업체의 몫이다. ‘햄버거병’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도 이 문제는 아직도 바뀌지 않았고, 품질관리 기준 역시 과거와 전혀 달라진 것 없다.

'위생적으로 철저히 관리되는 주방 시스템'이라는 홍보문구도 엄밀히 따지면 확인할 길이 없다. 손톱에서부터 뼛조각, 포장용 종이까지…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이물질 소식과 집단장염 사건 등은 이를 방증한다.

맥도날드는 지난 2013년부터 주부들과 아이들에게 매장 공개 행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에도 주방공개 행사를 진행했다. 당시에도 맥도날드는 ‘엄격한 기준’으로 식재료 관리를 해왔다. 그러나 그 해, 어떤 이유에서인지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은 4살배기 아이는 신장의 90%가 망가졌다.

잘 준비된, 1시간여의 ‘쇼타임’으로는 소비자들의 믿음을 다시 얻기 힘들다. 식품안전을 위한 맥도날드의 진정성은 고객들에게 선물꾸러미 안겨주고 벌이는 깜짝 이벤트가 아니라, 실질적인 자체 검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물질 등 식품 안전사고 ‘제로(0)’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만이 소비자 신뢰의 지름길이다.

“각자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공급업체에서 해야 할 일(품질검사)을 본사가 진행할 수 없다”는 맥도날드 측 주장은 자칫 무책임해 보이기 쉽다. 소비자들은 납품업체가 아닌, ‘맥도날드’라고 하는 브랜드를 믿고 제품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위기를 피해갈 수 있는 행운, 그리고 ‘남 탓’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기회는 두 번 주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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