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개발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단기적으로 116억달러, 장기적으로는 한국 GDP의 31% 수준(통일 가정시)으로 계산된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시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남북 화해 무드가 형성되면서 높아졌던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은 지난 4월 말 판문점선언이 발표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29일에는 남북 고위급회담을 통해 동‧서해안 고속도로 현대화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해외 금융기업들도 남북경협의 효과를 어림잡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두 금융기업의 보고서를 종합해보면,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 단기투자, 경제성장 기여도는 미미… 위험요인 제거에 의의

미국의 종합금융회사 씨티그룹은 27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북개발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631억달러(약 70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철도건설 프로젝트 28개와 도로건설 프로젝트 33개, 16개의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씨티그룹의 전망은 장밋빛과는 거리가 멀다. 해당 보고서는 대북 투자를 통해 당장 한국으로 돌아오는 물질적 이익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투자대상사업에 필요한 116억달러의 60%, 약 7조7,500억원을 한국 기업이 투자한다고 가정할 경우 GDP 상승에 대한 기여율은 단 0.07%p에 불과했다.

물질적인 교역·소비의 증가보다는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로 인한 간접적 이익이 주목받았다. 원화가치와 주가를 떨어트리는 위험요인이었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코스피의 하방압력이 제거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 “통일 시 북한지역 연평균 20% 성장 가능하다”

같은 날 발표된 스위스 금융기업 UBS의 보고서는 씨티그룹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통일을 하든 혹은 독립된 두 개의 정부를 가진 연방제를 채택하든, 북한 경제가 남북경협을 통해 20년 뒤 한반도 전체 GDP의 23.5%(최소 15.2%)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2017년 기준 GDP가 약 176억달러로 한국(1조6,932억달러)의 1.03% 수준인 북한이 이만큼 성장하려면 갈 길이 멀다. USB는 이 시나리오에 “난관이 매우 많다”고 인정하면서도 북한이 GDP의 23%를 쏟아 붓던 군사 분야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국제사회가 그 이상의 지원을 계속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의견을 전했다.

UBS가 말하는 ‘그 이상의 지원’에서는 물론 한국이 가장 많은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연방제의 경우 GDP의 10.4%, 통일 한국의 경우 31%(약 584조원)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 631억달러 규모의 교통·에너지투자만 가정한 씨티그룹의 보고서와는 지원금액의 자릿수부터 다르지만, 한국보다 경제격차도 적었던 독일이 통일비용으로 20년 동안 1조7,000억달러를 사용했다는 것에 비춰보면 유달리 많은 수준은 아니다.

현지에도 도움이 될 만한 자원이 있다. UBS는 북한의 지하자원 매장량이 3조9,4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에 매장된 지하자원의 값어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연구기관마다 서로 다른 답을 내놓고 있지만, 대략적으로 3조달러에서 6조달러 사이에서 예상치가 형성되고 있다. UBS의 추정은 오히려 보수적인 편에 가까운 셈이다. UBS는 북한이 자원 의존적 경제구조 때문에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브라질·러시아 등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면, 이 지하자원들이 좋은 경제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UBS의 시나리오대로라면 북한의 1인당 GDP는 앞으로 20년 동안 8.3배 늘어나며, 연간 11.2%에서 17.4%의 고성장도 가능하다. 한국이 통일에 성공할 경우 경제성장률의 기대치는 20.6%로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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