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좀처럼 내수시장 판매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도미닉 시뇨라 사장의 행보가 박동훈 전 사장과 비교된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11월 취임한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좀처럼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내수시장 판매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전임 사장의 그림자를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7,120대. 르노삼성의 6월 판매실적이다. 지난해 6월에 비해 20%가량 감소했고, 앞선 5월에 비해서도 3% 줄었다. 쌍용자동차는 물론 한국지엠에도 크게 밀려 내수시장 ‘꼴찌’에 머물렀다. 쌍용차와 한국지엠의 6월 판매실적은 9,684대, 9,529대로 르노삼성에 비해 2,000대 이상 많았다.

쌍용차는 지난 수년간 르노삼성과 ‘꼴찌 탈출전’을 벌인 곳이다. 3위 자리를 공고히 지켜온 한국지엠은 올 들어 큰 혼란에 휩싸이며 르노삼성에게도 추월을 허용한 바 있다. 하지만 쌍용차와 한국지엠 모두 이제는 르노삼성과의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졌다. 르노삼성만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수입차 브랜드인 벤츠, BMW의 추월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존재감이 돋보이지 않는 것은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도 마찬가지다. 취임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지속되는 판매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이렇다 할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클리오를 출시하긴 했지만, 이는 지난해에서 연기된 것이다.

오히려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올해 판매목표를 27만대로 제시하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내수 10만대, 수출 17만대를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해 실적(내수 10만537대, 수출 17만6,271대)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보통은 지난해 판매실적보다 높은 목표치를 제시하기 마련인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내실’과 ‘수익성’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의 판매증대보단 중장기적 차원의 지속성장 기반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소극적으로 제시한 판매목표조차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 르노삼성의 상반기 내수시장 판매실적은 4만920대에 그쳤다. 10만대를 간신히 넘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6% 감소한 수치다. 새로운 활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던 클리오도 5월(756대)에 비해 6월(549대) 판매실적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도미닉 시뇨라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박동훈 전 사장과 비교된다. 수입차업계에서 경력을 쌓다 2013년 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르노삼성에 합류한 박동훈 전 사장은 판매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곧장 QM3 수입판매 추진에 착수했다. QM3는 당시로선 낯선 소형SUV였지만, 시장개척에 성공하며 르노삼성의 내수시장 판매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이어 2016년엔 사장으로 승진하며 SM6와 QM6의 성공을 주도한 바 있다.

특히 박동훈 전 사장은 고객중심의 확고한 철학과 거침없고 당당한 언행으로 르노삼성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바꿔놓았다. “현대·기아차의 놀이터에서 놀지 않겠다”는 말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박동훈 전 사장의 활약은 판매실적으로 입증된다. 르노삼성은 2016년 내수시장에서 11만1,101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목표로 삼았던 10만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SM6와 QM6가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월간 판매실적 신기록을 줄줄이 경신한 바 있다.

하지만 박동훈 전 사장은 지난해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회사를 떠났다. 업계에선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시절 배출가스 조작파문에 연루돼 재판을 받게 된 것을 사의 배경으로 봤다. 르노삼성은 박동훈 전 사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미닉 시뇨라 사장을 긴급투입 했다. 그러나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좀처럼 전임 사장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관계자는 “한국인인데다 업계에서 영향력이 상당했던 박동훈 전 사장과 본사에서 급히 투입시킨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같은 사장이라 해도 차이가 크다”며 “내수시장 공략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박동훈 전 사장과 달리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관리형 사장’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자동차업계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위상이 여전히 공고한 가운데 쌍용차는 ‘SUV명가’를 내세우며 꾸준히 신차를 선보이고 있고, 경영정상화에 나선 한국지엠도 신차 및 마케팅 공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입차의 성장세도 여전히 매섭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미닉 시뇨라 사장이 전임 사장의 그림자를 넘어 르노삼성의 내수시장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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