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내에서 개헌 논의에 다시 불을 지피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반발로 실제 추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진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다시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당은 처리시한 만료로 폐기된 대통령 개헌안 대신 ‘국민개헌안’을 국회에서 만들어 개헌 논의를 재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원내1당이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박에 선을 그으면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른미래당도 한국당의 ‘개헌연대’ 주장을 ‘편가르기’라고 일축했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3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헌 의지가 있다면 국회에서 국민개헌안을 마련해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대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며 “지금은 (지방선거가 끝나) 정략적이고 정치적인 입장이 배제된 시기다. 지난번에 방점을 찍지 못한 몇가지 사안에만 접근을 이뤄내면 개헌을 이뤄낼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여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국당발(發) 개헌 논의를 ‘정략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개헌 문제는 국회에서 1년6개월 동안 개헌특위를 만들어서 정쟁만 하다 끝났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 정부 (개헌)안을 제출했는데 그것을 또 (한국당이) 표결에 참여하지도 않고 사실상의 폐기 처분을 했던 게 엊그제인데 지금 갑자기 원 구성 협상을 앞두고 개헌을 또 해야 된다고 하는 것은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31년 만에 어렵게 찾아왔던 국민개헌 기회를 걷어찼던 것은 한국당이었다”며 “한국당은 개헌마저도 정쟁과 거래의 수단으로 삼았고, 대통령 개헌안을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한 번 하지 않고 무산시켰다. 선거에서 지니까 뜬금없이 개헌을 주장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개헌이 아니라 민생 살리기에 집중할 때”라고 선을 그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김성태 원내대표가 제안한 ‘개헌연대’에 대해 “여야를 구분하고 편 가르기를 하고 범진보, 범보수 하는 얘기를 저는 찬성하지 않는다. 바른미래당은 오직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겠다. 개헌과 선거제도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겠다”고 했다. 그는 “모든 정당은 서둘러서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 짓고 일하는 국회에 동참해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바른미래당은 개헌을 중심으로 또다시 ‘범보수연대’ 프레임이 구성되는 것에 대한 반감을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다. 바른미래당 원내 관계자는 “지방선거 패배 후 당내에서 보수와 진보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게 얼마 전이다. 그런데 한국당의 개헌연대에 합류하게 되면 우린 또 다시 ‘보수야당’으로 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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