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절차를 진행 중인 티웨이항공은 희망공모가액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진에어 비교대상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상장을 앞두고 있는 티웨이항공이 ‘선배 상장사’ 진에어와 묘한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주관사들이 공모희망가액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진에어를 유사기업에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이를 통해 진에어의 시가총액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최근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티웨이항공의 공모희망가액은 1주당 1만4,600원~1만6,700원으로 제시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공모희망가액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비교대상’으로 활용된 기업들이다. LCC업계 1위 제주항공과 모두투어네트워크, 참좋은여행 등 여행사 2곳이 포함됐다.

반면, 또 다른 LCC 상장사인 진에어는 비교대상에서 제외됐다. 영업환경이나 수익구조가 가장 흡사한 동종업계 기업이 공모희망가액 책정 과정에서 배제된 것은 꽤 이례적인 일이다. 상장사가 두 곳에 불과한 LCC업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가장 확실한 ‘유사기업’이 비교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는 무엇일까. 공동대표주관회사인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모희망가액 산출 과정내용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우선, 티웨이항공의 공모희망가액은 상대가치 평가법 중 PER평가방법이 적용됐다. 상대가치 평가법은 새로 상장하는 기업과 유사한 상장사를 비교·평가해 공모희망가액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PER평가는 현재 주식가격을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을 의미한다. 기업의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 성장성, 영업활동의 위험성 등이 총체적으로 반영된 지표로 평가된다.

비교대상이 될 유사기업의 모집단엔 총 11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 항공업계 기업과 하나투어, 모두투어네트워크, 레드캡투어, 세중, 참좋은여행, 롯데관광개발 등 여행사,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에스엠컬처앤콘텐츠 등이다.

이 중 항공운송 또는 관광, 여행과 관련된 사업부문 비중이 50%에 미치지 않는 레드캡투어와 에스엠컬처앤콘텐츠는 ‘사업의 유사성’ 측면에서 기준에 미치지 못해 가장 먼저 제외됐다.

이어 ‘재무적 유사성’ 평가에 의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세중 등이 제외됐다. 2017년과  2018년 1분기에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을 실현했는지가 주요 기준이었다. 세중은 지난해는 물론 올해 1분기에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분기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3차로는 ‘비재무적 유사성’을 따졌다. ▲최근 6개월 내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합병, 분할, 영업양수도, 소송, 대표이사 변경 등이 없을 것 ▲분석기준일 현재 상장 후 6개월 이상 경과하였을 것 ▲최근 사업연도 감사의견이 적정일 것 등이 기준이었는데, 여기서 진에어와 롯데관광개발이 제외됐다. 진에어는 최근 6개월 내에 대표이사가 두 차례 바뀐 것이 문제가 됐고, 롯데관광개발은 서울보증보험과의 소송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마지막으로 PER 배수가 50을 넘는 하나투어(73.61배)는 유의미한 수치를 왜곡시킬 수 있어 제외됐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제주항공과 하나투어, 참좋은여행이 유사기업으로 선정됐고, 티웨이항공의 PER 배수는 16.61, 주당 평가가액은 2만1,200원이 나왔다. 여기서 다시 21.23%~31.13%의 할인율을 적용해 1만4,600원~1만6,700원의 희망공모가액 밴드가 산출된 것이다.

이처럼 유사기업에서 진에어가 제외되면서 티웨이항공의 희망공모가액은 더 높아지는 효과를 봤다. 제시된 기준에 맞춰 진에어의 PER 배수를 산출할 경우, 티웨이항공의 16.61보다 30%가량 낮다.

아울러 티웨이항공이 상장과 동시에 LCC 업계 시가총액 2위로 등극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티웨이항공의 희망공모가액 밴드를 대입해 계산해보면, 시가총액은 7,001억원~8,008억원이 나온다. 반면, 한때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던 진에어는 최근 오너리스크와 함께 주가가 떨어지며 시가총액도 7,4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LCC업계 3위로 등극하고, 업계 세 번째로 상장에 나선 티웨이항공은 업계 2위 진에어를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쫓고 쫓기는 치열한 경쟁은 티웨이항공 상장 이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티웨이항공이 상장과 함께 진에어의 시가총액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티웨이항공은 오는 17~18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뒤 20일 공모가액을 최종 공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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