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기무사가 청와대 보고용으로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세월호 인양 반대 여론 조성 및 피해자 수장을 주장한데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감성 호소를 제안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는 군사 정보 수집 및 보안, 방첩, 군내 범죄 수사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기무사는 정권의 호위부대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정권 위기 때마다 상황 수습을 고민했던 것.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를 앞두고 위수령·계엄령 시행을 검토했다. 이보다 앞서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당시엔 유족 등을 상대로 조직적인 민간인 사찰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개입에 관한 구체적 정황도 포착됐다. 기무사에서 작성한 청와대 보고용 문건이 추가로 드러난 것.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공개한 ‘세월호 관련 조치 동정’ 문건이 바로 그것이다. 해당 문건에는 세월호 인양을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는 건의가 담겨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다. “정부가 발표한 탑승자와 인양 후 실제 탑승자 수가 다를 수 있다”는 점, “침몰 이후 희생자가 상당 기간 생존했다는 흔적이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입장은 중요하지 않았다. 세월호 인양에 따른 정부 비난을 걱정했다. 때문에 다른 문건에선 세월호 피해자들에 대한 수장 방안이 제시됐다. 1941년 진주만 공습으로 침몰한 미 해군 전함 애리조나호 기념관을 예시로, 수장에 대해 “시체를 바다 또는 강에 흘려보내거나 가라앉히는 방법으로 매장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장례의 하나”로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미지 제고 방안까지 만들었다. 기무사가 작성한 ‘조치 요망사항’ 문건에는 ‘대통령의 사과와 위로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평가하며 ‘감성에 호소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례가 소개됐다. 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 연설에서 희생자 이름을 일일이 호명해 감동을 이끌어냈다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무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4년 5월19일 대국민담화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기무사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여 동안 156차례에 걸쳐 관련 보고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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