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과 기자단 사이에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의 청와대 인식시점을 놓고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특별지시’까지 내릴 정도로 엄중한 사안임에 반해, 청와대의 경위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난 17일 벌어졌던 공방전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Q. 문건이 청와대에 보고된 시점이 6월 28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국 민정수석은 언론보도가 나온 뒤에야 알았다며 이전에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해명을 부탁드린다. (계엄령 문건 보도는 7월 5일경이다)
“포괄적으로 얘기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조국 수석이) 몇 월 며칠 몇 시에 봤는지 내가 확인하지 못했다.”

Q. 이철희 의원이 처음 공개한 다음날 브리핑에서 대변인이 “언론 보도만 봤다”며 청와대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그건 내가 그랬다는 것이다.”

Q. 6월 28일 보고를 받았는데, 이철희 의원이 공개할 때까지는 문건의 엄중함에 대해서 대통령의 인식과 청와대 참모진이 다른 판단을 내렸던 게 아닌가.
“그렇지 않다. 한 번 보고 바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는 성격의 문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점증적으로 문건의 내용을 더 보고 당시 정황을 맞춰가면서 문제 심각성 인식하게 됐고, 구체적으로 대통령에게 몇 번 보고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보고돼 가는 과정에서 점점 위중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Q. '문건 내용만 봐도 엄중하다는 것 알지 않느냐'고 대변인이 직접 말했었는데.
“그건 내가 그렇다는 것이고, 정부 입장에서 법적으로 진지하고 심각하게 들여다봤다. 그리고 거기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와대는 '언론이 핵심을 보지 않고 곁가지에만 매달린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21세기 명예혁명으로 평가되는 촛불혁명을 군대를 동원해 제압하려 한 것은 분명한 문제다. 지휘관들 사이 실행의 합의가 있었다면 내란예비·모의죄로 처벌도 가능할터다. 1970~80년대에 머물고 있는 군의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 ‘살아있는 권력’이 수사에 나섰으니 어느 때보다 강도 높고 공정하게 수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당연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문제는 대통령의 ‘특별지시’까지 청와대의 의사결정 과정에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4월 30일 첫 보고 당시 ‘계엄령 검토’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 점, 누가 어떤 계기로 6월 28일 문건보고를 했는지 경위를 설명하지 않고 있는 점, 해외순방 중인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7월 10일까지 꽤 오랜 기간이 소요됐다는 점 등이다.

해명이 불분명하니 ‘기무사 개혁’이라는 당초 취지에 벗어난 해석이 난무한다. 최저임금 논란에 따른 지지율 하락 방지용이라는 분석이 있고, 조금 더 음모론적으로 가면 다른 이슈를 덮기 위해 터뜨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주요 부처 사이 엇박자 혹은 보고체계 이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특별히 강조하지 않더라도 언론의 최대 사명은 감시를 통한 견제다. 언론을 와치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리고 감시해야할 대상은 ‘죽은 권력’이 아닌 ‘살아있는 권력’이어야 함은 당연하다. 마술사는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며 그 반대쪽에서 ‘트릭’을 사용한다. 하물며 가리키는 손가락이 검지가 아닌 엄지 혹은 새끼 손가락이라면 한번쯤은 의심해봐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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